[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을 또 다시 압박하면서 경영 간섭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잇달아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시그널을 보내면서 우리 경제 전체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김 위원장은 10대그룹 전문경영인들과의 간담회 후 삼성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내려야 하는 것이다. 늦을수록 삼성과 한국경제 전체에 초래하는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며 “결정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나쁜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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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10일 참석자들과 간담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제공 |
김 위원장이 거론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을 신속히 처분하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통해 삼성을 겨냥한 바 있다. 기업의 숨통을 쥐고 있는 기관에서 압박 메시지가 끊이지 않으면서 삼성은 난감한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주식 8.23%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려면 27조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삼성이 단기간에 정부가 원하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점이다.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원 마련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서두를 경우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삼성이 해외 투기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래전략실이 해체 된 뒤 삼성 계열사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며 “각 계열사가 개별경영을 하는 상황에서 여러 조직의 이해관계가 얽힌 지배구조 개편을 무조건 강요하는 듯한 식의 메시지 전달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정부가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운명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 부처와 기관이 과거 자신들의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 ‘내로남불’ 식의 잣대를 유독 삼성에만 적용한다는 것이다.
삼성의 16개 상장사 시가 총액은 489조8360억원(지난해말 기준)으로 코스피 전체의 30%가 넘는다. 삼성전자가 우리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 이상이다. 그만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해 총수부재로 시름한 삼성이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지배구조 개편까지 강요당할 경우 경쟁력 제고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뒤로하고 지배구조 개편 등에 전력이 분산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을 한 번에 몰아치는 것 보다는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두르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기업도 국민이라는 점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워 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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