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의 신규채용을 위한 희망퇴직을 직접 독려하고 나서면서 시중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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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
은행권은 현재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영업점을 정리하는 상황이라 몸집 줄이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희망퇴직을 늘리는 것은 근시안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2250명이 넘는 채용계획을 잡은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1825명을 채용한 규모보다 400명이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채용규모가 확대된 배경에는 최 위원장의 발언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앞서 최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희망퇴직과 함께 퇴직금을 올려 주는 방안을 적극 권장하겠다”며 “해당 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일반은행은 여론 때문에 퇴직금을 많이 못 주다 보니 희망퇴직이 잘 안 이뤄져 활력이 떨어진다”면서 “지난해 은행의 이익이 많았고 올해도 더 많은 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때 선제적으로 인력 재배치를 한다는 차원에서 퇴직금을 더 많이 줘야한다”고도 했다.
최 위원장이 청년채용을 위한 명예퇴직을 유도하겠다는 ‘세대 간 빅딜’을 강조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장기 근속한 이들의 명예퇴직이 더욱 많은 청년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대 간 빅딜’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는 퇴직금을 올려 희망퇴직을 유도하면 10명이 퇴직할 때 7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다는 셈법이 깔려있다. 특히 고연봉의 중간 간부들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고,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속내는 복잡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의 뜻을 거스르기도 난감한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선뜻 이를 수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영업점 통폐합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채용을 늘리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다 올해 초 이미 한차례 희망퇴직에 나선 은행권으로서는 대규모 희망퇴직에 드는 비용문제도 골칫거리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청년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일환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당장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시안적 방편으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갈등’이라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