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반도체가 슈퍼호황기를 맞아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세상을 떠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중간에 접어야 했던 것이 평생 그의 ‘한’으로 남았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1989년 5월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하며 반도체 사업에 눈을 뜬 구 회장은 1989년 5월 금성일렉트론을 설립,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다. 1995년에는 LG반도체로 상호를 바꾸고 이듬해 상장도 감행한다.
이후 LG반도체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며 성장해 나갔고, 1990년대 중반에 반도체 호황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에 구 회장은 반도체 사업이 그룹의 미래 사업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LG반도체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LG의 반도체 사업이 위기를 맞게 된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재벌 빅딜’에 나서며 LG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넘기라고 제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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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1월 반도체 빅딜에 반대하는 LG반도체 청주 및 구미공장 직원 7천여명이 서울 여의도에서 'LG반도체 사수 및 생존권 확보'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착이 컸던 구 회장은 LG반도체를 지키려고 했으나 1999년 7월, 회사를 현대그룹에 넘기게 된다.
애정을 가지고 키워온 사업을 정부의 요구에 의해 남의 손에 넘기게 된 구 회장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구회장은 심한 충격을 받고 수개월간 ‘잠수’를 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LG가 역시 반도체 빅딜을 회상할 때면 “빼앗겼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회장은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에 힘을 실어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대해서도 안 좋은 감정을 가졌다고 한다. 전경련 행사에는 웬만해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이후 현대전자에 흡수된 ‘LG반도체’는 ‘현대반도체’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D램 시장 불황과 유동성 위기를 이기지 못한 채,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된다. 현대에서 분리된 현대반도체는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꾸고 11년 간 주인 없는 상태로 지낸다.
그러다가 2012년 2월, SK그룹으로 합병되면서 지금의 SK하이닉스가 탄생하게 된다. 하이닉스가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꾸며 합병이 거론될 때마다 LG그룹의 재인수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지만 구 회장은 일부러라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슈퍼호황’을 맞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도시바 반도체도 인수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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