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의제 조율 실무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싱가포르에서는 의전 등에 대한 실무협의가 이르면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사상 처음으로 열리게 될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가 조율되는 동시에 의전 협의도 열리고 있어 개최 전망이 밝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전격적으로 방미길에 올라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고위급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29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으며, 다음날인 30일 오후1시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 CA981 항공편 탑승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에서는 북한의 미국통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도 목격됐다고 한다.
이날 성김 대사를 비롯해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미국의 협상팀도 서울 숙소를 떠나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돼 판문점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7일 첫 협상을 벌인 이후 두 번째 협상이다.
이렇게 북미 실무접촉이 판문점과 싱가포르 CIA라는 ‘3트랙’으로 동시 가동되면서 사실상 모든 채널을 가동해 멀티 트랙으로 협상에 총력을 쏟는 분위기이다.
특히 김 부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현 정세 국면을 주도해온 인물인 만큼 두 사람의 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내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변동없이 열리고 그 성공 여부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도널드 미국 대통령이 주장해온 ‘올인원’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을 것으로 핵무기와 핵시설, 기술 및 인력자원을 일괄타결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미국의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실패한 이유가 핵시설 파괴에 그치거나 핵동결 차원으로 그치는 협상 결과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이행을 주장해왔다.
|
|
|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한국공동사진단·연합뉴스 |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시점보다 핵무기와 핵시설, 기술 및 인력자원을 일괄타결 폐기하는 올인원 방식에 더 관심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이란 말을 사용해 트럼프 식 비핵화의 문을 열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재추진 된 만큼 ‘올인원’ 방식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철 부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고위급 회담에서는 북한의 체제보장 방식을 최종 조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경제적 번영’에 대한 약속만 했을 뿐이므로 북미 고위급회담에서는 종전선언부터 북미수교와 북미간 상호 불가침 조약을 비롯해 미국의 대북 경제투자가 본격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교체될 경우 체제보장 방식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26일 두 번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은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을 상원에 조약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대한 대가로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안전보장'(CVIG)을 거론한 것이다. 따라서 김영철 부장과 폼에이오 장관의 고위급회담에서 이런 논의를 한다면 북미 협상은 마지막 절차로 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기영 연구위원은 “미국의 제재 대상인 김영철 부장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폼페이오 장관과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인 비핵화 방식과 체제안전 보장을 타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블랭크가 좀 남는다 하더라도 뛰어난 협상가라고 자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앉아 한판 승부수를 벌여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