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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한진 산업부 기자 |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언더독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와 함께 아시아 대표로 출전한 이란과 일본은 유럽·남미 강호들과 맞붙어 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두 나라는 1승씩을 수확하며 16강 진출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인구 33만명의 아이슬란드는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무승부를 기록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위에 거론된 팀들은 대회 전까지만 해도 전력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잇달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가장 큰 원동력은 ‘팀워크’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11명의 선수들은 톱니바퀴 맞물리듯 일사 분란하게 뛰며 부족한 개인 역량을 메우고 있다. 감독은 상대에 맞춘 전술을 구사하며 팀의 시너지를 끌어 올리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 축구대표팀은 ‘언더독 반란’ 대열에 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스웨덴을 상대로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 한국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32개 참가국 중 최악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트릭’을 외치며 자신감을 나타냈던 감독의 전술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고, 전체 선수들은 머리·몸통·다리가 분리 된 듯 따로 놀았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모습도 축구대표팀의 현 상황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새정부 출범 1년이 지났지만 ‘팀 코리아’로서의 팀워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감독(정부)은 선수(기업) 꾸짖기에 바쁘고, 사기가 떨어진 선수들은 말 한마디 제대로 꺼내지 못한 채 끌려가는 상황이다. 감독에 찍히면 선수 생활을 마감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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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스웨덴과의 경기가 끝난 뒤 한국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최근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 ‘G2’의 무역전쟁이 심상치 않다. 서로 무역보복 카드를 꺼내들며 으르렁 거리고 있다. 후폭풍에 우리 기업들이 휘청일 수 있다는 불안감도 짙어지고 있다.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산업에도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자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중국은 빠른 속도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는 미국 시장이 오리무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인상하면 최대 무기인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4차산업혁명 산업 경쟁력도 암울하다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일본·중국 등 경쟁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인공지능(AI), 차세대연료전지차, 5세대(5G) 통신 등 차세대 산업의 주도권을 잡겠다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미래 정책은 뒤편으로 밀리는 모습이다. 최근 여러 정부기관들은 절차에 따라 진행한 과거 결정까지 스스로 부정하며 기업들에게 옐로우 카드를 내밀고 있다. 1분 1초가 아쉬운 기업들은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태로운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한국 축구는 아시아의 맹주를 자청했다. 2002 월드컵에서는 4강까지 진출했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탁월한 리더십과 전략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하나로 묶고 100% 이상 역량을 끌어 올렸다. 자신감이 붙은 선수들은 우승후보였던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집으로 돌려보내며 저력을 과시했다.
대표팀의 영광은 이제 과거의 얘기다. 지도력과 팀워크가 박살난 한국축구는 이제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을 자신하기 어려운 처지다.
우리는 전자·자동차·화학 등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몇 년 후 이 선수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과 같이 기가 죽은 상태에서 외롭게 훈련하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이 선수들이 시장에서 더 잘 뛸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감독인 정부의 몫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정부와 기업, 기업과 정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확대가 절실하다. 지금도 경쟁국들은 정부와 기업이 소통하며 호흡을 맞춰 뛰고 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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