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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산업부 기자 |
[미디어펜=조우현 기자]LG그룹의 4세 경영 시대가 막을 올렸다. LG는 창업주 때부터 지켜온 전통인 장자승계원칙에 따라 고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회장을 LG를 이끌어갈 총수로 임명했다. 경영권 승계에 민감한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다소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LG의 선택을 존중했다. 기업의 운명이 달린 일인데 어련히 알아서 잘 결정했겠는가.
다만 구 회장의 취임에 대해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에서 내놓을 성명서 내용이 궁금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 직함을 부여 받게 된다면 어떤 종류의 비난이 나올지 짐작이 되기에 그에 준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지적 정도는 있을 줄 알았다. 알다시피 이 부회장은 이미 상무에서 전무, 전무에서 사장,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질할 때마다 비난을 받아야 했고, '경영 승계'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런데 조용했다. 경제개혁연대에서 '구 회장의 취임은 시기상조'라는 성명서만 발표했을 뿐 그 외에는 별다른 목소리가 없었다. 비난의 목소리가 없어서 아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삼성의 일이라면 온갖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한마디씩 보태는 그들이, 왜 LG의 경영 승계에 대해선 침묵하는 것인지 궁금하단 뜻이다. 구 회장은 되고, 이 부회장은 안 된다는 의미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논리는 무엇일까.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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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오른쪽)./사진=각사 제공 |
재계 일각에서 구 회장 취임에 대해 시기상조다, 경영능력이 입증 안 됐다, 회장이 어리다는 지적이 제기되긴 했다. 하지만 이는 무의미한 지적이다. 기업의 성과야 '이윤 창출'로 증명하는 것이다. 구 회장이 그 일을 잘 해내면 좋은 것이고 못한다 해도 그의 책임이거나 그를 선택한 LG가 대안을 마련할 사안이다. 물론 기업의 상황이 안 좋아지면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있겠지만, 그것 생각해서 기업을 존중해주는 곳이 많지 않기에 하나마나 한 소리다.
중요한 건 그들의 침묵이 이와 같은 '기업할 자유'를 존중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거다. 만약 기업의 경영 자유를 중히 여겨 구 회장의 취임에 침묵하는 것이라면 이 부회장에게도 그래야 한다. 이 부회장이 무엇을 하든 입 다물고 지켜봐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없는 의혹도 만들어내는 그들이다. 그런데 왠일인지 구 회장의 취임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일관성도, 보편적 잣대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단체'라는 이름을 걸고 '정의'를 논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이렇게 처량하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금속노조 할 것 없이 다 그렇다. 이것을 비겁하다고 해야 할지, 우습다고 해야 할지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이 지금까지 가해온 삼성에 대한 비판이 보편적인 논리였는지, 혹은 특정 기업만 안 된다고 우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솔직히 말해 비판 철학이 존재하긴 하는 건지, 그것이 존재한다면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업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묻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게 있었다면 애초에 이러지 않았을 테니, '그러려니'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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