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어밴저스 : 인피니티 워'에는 우주의 생명 절반을 없애기 위해 스페이스·파워·타임·리얼리티·마인드·소울스톤 등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는 최강의 빌런 타노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영화에서 타노스는 스톤을 획득할 때마다 더욱 강한 힘을 소유, 어밴저스를 비롯해 앞을 막는 자들을 쉽게 물리쳤고 끝내 6개의 스톤을 모두 획득해 목적을 달성하는 장면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환경부가 친환경 정책들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예산·인력 등 역량을 강화하고 경제부처들을 압박하는 모양세다.
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달 물통합 관리권을 확보하면서 국토교통부로부터 인력(188명) 및 예산(6000억원)을 넘겨받은 것을 비롯, 인력이 지난해말 1904명에서 이번달 기준 2295명으로 늘어났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 정부지출 개선 등을 목적으로 '지출구조 개혁단(단장 : 김용진 2차관)'을 출범시켰으나 7개월 만에 환경부 인력 20.5% 증가를 막지 못한 것이다.
업계는 노후 경유 소형트럭(1톤) 대상 액화석유가스(LPG) 차량 전환사업 예산을 놓고도 기재부가 환경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
|
|
▲ 정부가 2015년부터 시행중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포스터/사진=환경부 홍보영상 캡처 |
지난해말 기준 국내 1톤 트럭 230만여대 중 99%가 경유차량으로 집계된 가운데 대당 최대 500만원의 보조금을 요구, 적잖은 예산이 소요될 수 있지만 '환경 보호'와 '서민 지원'을 앞세우는 환경부의 주장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탄소배출권 문제에 있어서도 승전가를 부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는 9600만톤에 달하는 해외 온실가스 감축량 중 8000만톤이 국내 감축량으로 전환됐으며, 이 과정에서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감축률이 11.7%에서 20.5%로 늘어났다.
이처럼 산업계의 부담이 증가한 배경에는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의 힘겨루기에서 압승을 거둔 것이 지목되고 있다.
|
|
|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LG화학 대산공장·에쓰오일 RUC·금호석유화학 고무공장·한화토탈 대산공장 전경/사진=각 사 |
업계는 의무 감축량 역시 기존 5700만톤에서 9900만톤으로 늘어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 구매 부담이 늘어나는 등 경영환경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당초 톤당 2만1000원~2만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던 배출권 가격은 수정안 발표일인 28일 2만2650원으로, 29일부터는 역대 최고 수준인 2만8000원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업계는 최대 수조원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정유부문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추가적인 감축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처간 정책이 상충될 경우 환경부의 '승인'이 있어야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환경부의 입지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행중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유엔 기후변화회 파리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정부는 거래제 1차 계획기간(2015년~지난해) 전 업종에 100% 무상할당을 적용했으나, 2차 계획기간(2018~2020)에서는 일부 업종에게 업체별 할당량 3%를 유상으로 할당하는 방침을 수립한 바 있다.
영화에서는 히어로들이 힘을 합해도 타노스를 막아내지 못하면서 비극이 벌어졌지만, 국내에서는 산업경쟁력 보호 및 정부예산의 합리적 지출 등을 위해 환경을 인간보다 우위에 놓는 '환경지상주의'를 지양하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질적인 견제와 발전균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