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민 기자]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이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를 출시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KT에 이어 보편요금제 의무도입 대상인 SK텔레콤이 동참하면서 보편요금제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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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시카코 포럼'에서 "가장 싸게 쓸 수 있는 이동통신 요금으로 전환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SK텔레콤이 지난 18일 출시한 'T플랜' 요금제는 스몰, 라지, 패밀리, Data인피니티 등 총 5종인데 이중 '스몰' 요금제가 보편요금제에 대응하기 위한 요금제다. 이 요금제는 월 3만3000원에 이동전화·집전화 음성과 문자를 기본 제공하며 데이터 제공량은 1.2기가바이트(GB)다.
KT는 SK텔레콤에 앞서 지난 5월 30일 월 3만3000원에 음성통화 무제한,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LTE 베이직' 요금제를 출시했다.
두 요금제 모두 선택약정할인율 25%를 적용하면 월 2만원대 중반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보다 합리적인 요금제라는 평가다.
특히 SK텔레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시카고포럼에서 "가장 싸게 쓸 수 있는 요금으로 전환시켜 고객 신뢰를 얻겠다"며 보편요금제 수준의 요금제 출시를 시사한지 한 달도 안돼 스몰 요금제를 출시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텔레콤은 내부적으로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추진 의지를 보인 직후부터 신규 요금제 설계를 시작했고, 최근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SK텔레콤이 내부적으로 보편요금제 상응 요금제를 설계해놓고 정부, 국회 등 분위기를 보면 출시 시기를 저울질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최태원 회장의 발언 당시 이미 그룹과의 교감도 마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감소에 따른 이익 축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LG유플러스도 조만간 보편요금제 준하는 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최고경영자(CEO)가 하현회 부회장으로 바뀌면서 요금제 출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3위 사업자인 만큼 경쟁사 대비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요금제 출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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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Sk텔레콤 |
SK텔레콤과 KT가 출시한 보편요금제 상응 요금제들을 보면 음성통화는 무제한으로 제공하되 데이터는 각각 1.2GB와 1GB를 3만원대에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2만원대 요금제보다 혜택은 더 제공하되 데이터 제공량 1GB대는 3만원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SK텔레콤의 스몰과 KT의 LTE 베이직 모두 선택약정할인율 25%를 적용해야만 2만원 중반대로 떨어지지만 정부의 보편요금제도 선택약정할인을 적용하면 더 저렴해지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SK텔레콤과 KT가 음성 무제한과 데이터 1GB대를 3만원대 요금제로 유지하려는 이유는 2만원대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상위 요금제를 연쇄적으로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 때문이다.
SK텔레콤은 T플랜 요금제에서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고 요금은 낮추는 과감한 시도를 단행했다. 이는 저가 요금제 가입자 뿐 아니라 고가 요금제 가입자의 이탈과 확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제 자체를 2만원대로 내리기 보다는 3만원대에서 혜택을 더 늘리는 것이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더 유리하다"며 "2만원대 보편요금제가 실제로 도입될 경우 영업이익이 급감할 수 있기 떄문에 마지노선을 3만원대 요금제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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