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보호 위한 집단항명' vs '장관 리더십 한계'…논란 속 안보현안·국방개혁 난관 우려 커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송영무(69)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가 낯 뜨거운 '진실 공방'을 이틀째 이어가면서 대규모 국방개혁과 안보 현안을 앞둔 군이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 관계자들은 "일종의 '군기(軍紀) 문란'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면서, '송 장관 리더십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해석과 '조직 보호를 우선한 기무사의 집단항명·하극상'이라는 엇갈리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 예비역 장성은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논란이 커지면서 군 내부에 유례없는 하극상이 초래됐지만 앞서 특별수사단의 수사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청와대 및 장관 입장과 맞물려 수습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며 "국방부 직할부대인 기무사가 사전보고 없이 국회 전체회의에 이를 밝혔고, 논란이 벌어지자 곧장 발언록을 공개한 것은 의도적으로 치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은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송영무 장관이 지난 9일 간담회에서 '기무사 문건 문제될 것 없다'고 발언했다"고 말하자 송 장관은 그 자리에서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대장까지 지낸 국방장관이 거짓말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기무사는 당시 발언록을 담은 내부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국방부는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국방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계엄 문건 보도에 대한 언론 대응 지침(PG) 초안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작성됐고 기무사가 공개한 국방부 자료인 PG 초안에는 "국방부는 기무사로부터 계엄 문건 존재 여부를 보고받고 위법성 여부를 검토했으나 결과조사나 수사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민 부대장이 주장한 송 장관의 발언과 유사하다"고 보았지만, 국방부는 "대변인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PG중 하나"라면서 "정식으로 활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기무사가 제출한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송 장관의 해명이 엇갈리는 지점은 있긴 하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계엄 문건에 대해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차례 자료를 요청해 국방부가 보냈다"고 일관되게 설명했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송 장관은 "기무사에서 이철희 의원에게 왜 주었는지 모르겠음. 기무요원들이 청와대나 국회를 대상으로 장관 지휘권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많은데 용인할 수 없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는 "감찰 및 인사검증 관련 내용을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보고하는 것에 대해 장관이 문제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이에 국방부는 즉각 입장자료를 내고 "민병삼 대령 본인이 장관 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사실이 아닌 것을 첩보사항인 것처럼 보고하는 행태는 기무개혁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증거가 될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더욱이 국방부가 지난 9일 열렸던 문제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 10명에게서 사실관계확인서를 서명 받아 국회에 제출한 것도 입막음 조치라는 기무사측 주장도 나왔다.
앞서 송 장관과 기무사는 문제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지난 3월16일 보고 내용을 두고 충돌하기도 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이에 대해 "20분간 장관에게 충분히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설명했다"고 말했으나, 송 장관은 "다른 현안과 함께 5분간 보고했고 이 사령관이 문건을 놓고 갔다"며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군 관계자는 이번 갈등에 대해 "특별수사단이 기무사 현직 인사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들어가는 등 국방부가 기무사를 상대로 계엄령 문건 감사에 들어갔는데, 정작 기무사가 송 장관의 관련 발언들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면서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 사생결단하려는 기무사가 기무사 개혁에 의욕적인 송 장관의 '위수령' 발언을 문제삼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군 내부에서는 해군 출신 송 장관에 대해 육군이 주축인 기무사가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도 있다"며 "송 장관 리더십이 무너지면서 개각을 앞두고 장관 교체 여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장관이 주재한 간담회 발언을 기무사가 기록해 문건으로 남기는 것이 '기무사령부령'에 명시된 '첩보수집' 범위가 맞는지 의문"이라며 "국방부 대변인실에서 만들었고 3가지 안으로 작성된 PG 초안까지 기무사가 국회에 제출한 것은 송 장관을 공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보았다.
국방부는 26일 감사관 3명을 국군기무사령부에 보내 계엄령 문건 윗선 보고 등을 파악하기 위한 추가 조사에 나섰다. 국방부는 문서수발대장 확인을 비롯해 기무사령관실 등도 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진실 공방으로 송 장관을 중심으로 대규모 국방개혁 드라이브를 걸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고, 계엄 문건 수사가 정작 뒤로 밀려났다.
국방개혁 2.0을 비롯해 판문점선언에 따른 남북 군사조치 문제 등 국방부 주요 현안이 향후 차질없이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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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무(69)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는 위수령 발언 및 계엄령 문건 보고를 놓고 연이틀 '진실 공방'을 벌였다./자료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