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최근 자유한국당이 전임 지도부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치'를 주된 프레임으로 가져가면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역사의 흐름에 맞는, 국가발전에 있어 중요한, 우리가 반드시 가져야 할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정치권은) 인권, 상생, 환경, 평화, 통일같은 가치를 점유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가치'를 언급한 건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취임 첫날부터 가치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예고한 김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국가주의'라고 일침을 가했다. 시장질서에 국가가 개입하는 여러 정책을 두고 날을 세운 것이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저희가 추진하는 정책을 국가주의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비대위 체제를 두고 좌파와 우파의 대립구도를 형성했던 '홍준표 지도부'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강한 투쟁력을 보여준 홍 전 대표였지만 결과적으로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민심을 얻는데 실패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일방적인 대립각을 고수하던 홍 전 대표의 모습이 국민에게 호소력 있게 와닿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시를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김 비대위원장은 대립보다는 경쟁을 말하고 있다. 그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하는 구도가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일부 정책에는 동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를 두고 "보유세는 올리는 게 맞다"며 "대신 거래과세는 줄여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비대위가 어느정도 당을 추스린 뒤에는 공세 수위를 높일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김 비대위원장이 '시장 자율' 등을 지향점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현 정부와의 정책 대결은 피할 수 없기 때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요한다"며 "자신을 '시장주의자'라고 소개해 온 김 비대위원장과의 대립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평했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