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계 후보인 김진표 의원과 '친노 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의원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탈당을 주장한 김진표 의원이 먼저 불을 당겼다. 

김 의원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지사 취임 이후에 계속 다른 이슈가 증폭돼 우리 당과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재명 지사가 이 문제에 대해서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반해 이해찬 의원은 이재명 지사의 조폭 연루 의혹에 대해 “잘 모르겠다. 전당대회와 별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김진표 의원이 ‘이재명 공격’에 나선 것은 당내 친문들의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그동안 경계가 불분명했던 ‘친노’와 ‘친문’의 갈라치기기 본격화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진표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경제‧교육 부총리를 역임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바 있지만 역시 ‘친노 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의원이 강력한 맞수일 수밖에 없다.

김진표 의원은 친문 실세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특히 지난 경기지사 경선에서 맞붙었던 전해철 의원이 현재 ‘김진표 캠프’의 좌장을 맡고 있다. 그런 반면 이해찬 의원의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은 지선에서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경기도 연정부지사에 임명됐다. 

이런 구도에서 김진표 의원이 이재명 지사 거취 문제를 꺼내들고 이해찬 후보를 공격한 것은 가장 손쉬운 선거전략인 셈이다.

 

지난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전해철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앞섰지만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선 이재명 후보에 밀려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런 상황에서 '김부선 스캔들'에 이어 당선 이후까지 조직폭력배 연루설이 불거진 이재명 지사에 대한 권리당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고 김진표 의원은 이런 계기를 잘 살려 이해찬 의원에 대한 공격에 나선 것이다.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해찬 의원은 이재명 후보를 적극 밀었고 이유는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이재명 후보를 변방에 두면 안된다”는 명분이었다.

현재 김진표 의원과 이해찬 의원은 앞으로 다양한 지점에서 충돌할 가능성을 예고한 상태이다. 당장 야당과의 연정을 놓고도 이 의원은 “한 당이 과반수를 넘기 힘들기 때문에 협치하는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정치공학적인 연정이나 통합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하는 데 오히려 방해 요인이 된다”며 ‘민주당 중심 국정운영’에 무게를 실었다.

따라서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민주당 내 친노, 친문의 분화 가능성이 주목되는 가운데 이제 이른바 ‘문심(文心)’이 어디로 향할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도 이미 김진표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을 잘 읽었다는 분석이 있다. 마침 문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직전에 경제 메시지를 많이 낸 것을 볼 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하겠다”며 ‘경제 당대표’를 내세운 김진표 의원의 목표가 적중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해찬 의원의 경우 “20년 집권정당을 만들겠다”며 ‘20년 집권론’을 꺼내들어 당내에서조차 “불필요한 이야기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벌써부터 현 정부 이후를 거론하는 점은 썩 반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부총장)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리형 대표’ 선출이 됐다”며 “친노와 친문이 갈라치기를 예고하면서 강하게 맞붙는 선거구도로 전환돼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큰 싸움을 치를 땐 맞수 중 한사람이 승리하는 법으로 최근 민주당의 권리당원들의 자율성이 확대된 현상도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하나의 계기로 작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