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평소 자유한국당을 적폐로 몰던 더불어민주당이 특수활동비 문제에서는 '협치'를 실현했다. 최근 여야 3당은 특활비를 놓고 논의를 진행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은 특활비 양성화에 합의했을 뿐 폐지라는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다. 거대 양당의 '담합'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

지난 8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성태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특활비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을 제외한 민주당과 한국당은 특활비 유지에 방점을 찍었다. 회동 직후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특활비 상당 부분은 공적으로 쓰이는 업무추진비"라고 했고,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특활비 개선안은 올해 제도개선 소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특활비 폐지를 주장하던 일부 야당은 반발했다. 영수증 처리를 통해 특활비를 투명화한다는 게 두 당(민주당·한국당)의 입장이지만, 앞으로도 특활비를 사용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에서 "기득권 양당인 한국당과 민주당이 특활비를 유지하기로 야합했다"며 "영수증이 언제부터 면제부가 되었는가"라고 했다. 민주평화당도 "(특활비를 둘러싼) 변칙적 야합을 중단하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당을 신랄하게 지적해 온 민주당마저 특활비 문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비판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9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더 기가 막혔던 것은 민주당"이라며 "올 초에 추미애 대표도 국정원의 특활비를 적폐로 규정했다. 국정원 특활비는 적폐고 국회의원이 받는 특활비는 적절하냐는 질문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건의 수사나 이에 준하는 국정활동을 하는 데 있어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문제는 국회에서의 특활비가 각 교섭단체와 상임위원회의 운영지원, 의원외교, 의정지원활동 등에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내역을 공개한 참여연대는 지난 9일 논평에서 "국회가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받아 사용해놓고, 일말의 반성도 사과도 없이 영수증 처리만 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합의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특활비를 제외하고서도 국회를 둘러싼 '특혜' 논란은 꾸준히 불거져온 게 사실이다.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 출장이 화두에 올랐고, 이보다 앞서 무기명으로 이뤄지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이 부결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특활비나 해외출장 논란 외에도 국회가 내려놓고 바꿔야 할 것들은 많다"고 했다.

   
▲ 국회의사당 전경./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