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른미래 "세금낭비" 지적…靑 "소득주도성장 못 바꿔"
[미디어펜=김동준 기자]8년 6개월만에 벌어진 최악의 고용참사에 정치권은 비판을 쏟아냈다. 청와대와 정부는 가처분소득 증가로 소비를 늘려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을 줄곧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제는 여권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오는 등 술렁이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모양새다.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도와 비교해 고작 5000명 수준의 증가폭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에 충격을 받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한 자리에 모여 긴급회동을 가졌지만, 나온 대책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정확대'에 방점이 찍혔다. 사실상 재정 투입으로 현 위기를 타개하려는 미봉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에서는 지적을 쏟아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재정을 투입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문재인 정부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고용쇼크에 대한 대책으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세금퍼주기를 하며 경제폭망의 지름길로 달려가고 있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기조를 밑바탕에 두고 재정을 투입하는 양상이 이어지자 여권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이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에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공개석상에서 견해차를 노출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소득주도성장의 기조는 유지하되 최저임금 등 방법론을 수정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c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에 있어 직접적인 소득을 부담해야 할 계층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인들"이라며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나 사전대책, 사후효과에 대한 게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와대도 소득주도성장의 추진과정에서 각론을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2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열려있는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 자체에 매일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후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자 이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을 최저임금으로 등치시키고 있는데, 소득주도성장의 목표달성을 위해 수단은 유연하게 본다는 뜻"이라며 "소득주도성장 자체를 바꿀수는 없는 것"이라고 재차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권 안팎에서는 소득주도성장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는 것은 청와대와 정부가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투입되는 재정을 늘리면서까지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도와 비교해 고작 5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