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규태 기자]"(조카가) 아닌 것 같아. 아무리 돌아가셨어도 아버지 나이도 모르냐. 어떻게 사망했는지도 모르고."

북측 조카를 만나러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석한 이재일(85), 이재환(76) 형제는 행사 첫날인 20일 단체상봉에서 헤어진 자녀라며 나온 북측 리경숙(53), 리성호(50) 남매와 만나 고개를 저으면서 "아닌 것 같아"라고 말했다.

테이블에는 리경숙·리성호씨가 갖고 온 결혼사진과 가족단체사진 등이 10장 이상 펼쳐져 있는 가운데 리경숙씨가 이재환씨에게 아버지 사진을 들어보이며 "아버지가 맞습니다. 모습이 비슷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환씨는 이에 "형님이라고 하는데 사진을 보니 아니다"라며 "국민학교 때 헤어졌지만 나보다 몸집이 좋았다. 어떻게 살면서 남쪽 형제 얘기를 한마디도 안했다는 거냐. 이남에 누가 있는지 아무 말도 안했다고 하더라. 말이 되나"라고 답했다.

급기야 이재환씨는 3~4차례 테이블 근처를 오가다가 상봉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이산가족 확인작업 실무를 담당한 북측 관계자가 "호적을 찾아오겠다"며 나갔다가 관련 서류를 들고 와 명단의 큰아버지·삼촌 이름을 맞췄으나 이재일씨는 수긍하지 못했다.

이후 첫날 단체상봉은 이재환씨가 나가버리고 없는 가운데 진행됐지만, 이어진 환영만찬과 21일 개별상봉 및 단체상봉, 22일 작별상봉에는 재일·재환씨 형제 모두 참석했다.

두 형제는 21일 오후 단체상봉에서 즉석 인화사진으로 기념촬영도 했지만, 동생 이재환씨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상봉행사 기간 내내 북측 가족이 실제 조카들이 맞는지에 대해 끝까지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재일씨는 마지막날인 22일 작별상봉에서 북측 조카들에게 자신의 부모님이자 리경숙·리성호씨의 할아버지·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거 상봉에서 진짜 가족이 아니라고 판단하시는 분들은 아예 상봉에 참가하지 않고 돌아가겠다고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분들의 경우 상봉을 계속하셨다. 개인적으로는 상봉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촌수가 먼 가족들이 생전 처음 만나고 하다보니 반신반의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저희가 당사자 분에게 가족이 맞다고 설득드리고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본인이 요청할 경우 추가 확인작업을 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인 2015년 10월26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이복순(88) 할머니가 버스에서 납북 어부인 아들 정건목(64)씨와 인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