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소정 기자]“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살아계신 줄은...” 2회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측 아버지 조덕용(88)씨를 만난 남측 아들 조정기(67)씨의 테이블은 눈물바다가 됐다.
24일 금강산에서 열린 상봉에서 유일하게 부자상봉하게 된 조씨는 어머니 뱃속에 생긴지 100일만에 아버지와 이별한지 68년만에 얼굴도 모르던 아버지를 만났다. 특히 조씨의 어머니가 이날부터 50여일 전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조씨는 이번 만남을 앞두고 “2년도 아니고, 2달도 안돼서 연락을 받으니까 제 속이 어떻겠어요”라며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속상하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68년 기다리셨는데... 어머니 한을 풀어드려야죠”라고 말했다.
첫 만남에서 아버지 조덕용씨는 아들 옆에 앉아 연신 눈물을 흘렸고, 아들 조정기씨도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살아계신 줄은...”라며 울먹였다.
이번 상봉의 최고령자인 강정옥(100)씨는 이날 북측의 여동생 강정화(85)씨를 한눈에 알아보고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터트렸다. 장내에 ‘반갑습니다’ 노래가 울려퍼지면서 한복차림의 강정화씨가 아들 최영일(50)씨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서자 강정옥씨 가족들은 일제히 “저기다! 저기”를 외쳤다. 정옥씨는 정화씨를 꼭 안아서 볼을 비비며 눈물을 흘렸다.
맞은편에 있던 동생 강순여(82)씨가 “언니! 막내우나(‘막내야’라는 의미의 방언) 순여!”라고 외치자 정화씨는 “아이고 순여!”라며 또 울었다. 정옥씨는 정화씨의 손을 쓰다듬으며 “다시 만나면, 앞으로 만나면, 익숙하지만, 오늘 처음 만났으니까”라고 했고, 정화씨는 “믿어지지가 않는구나”라고 화답했다.
이어 정옥씨는 다시 “정화야, 정화야, 아이고 정화야, 안아줘야지, 아이고 정화야 고맙구나”라며 동생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면서 그리웠던 마음을 표현했다.
5년 전 어머니를 여읜 세남매 손경철(59), 손보경(54), 손영금(50)씨는 이날 북측의 이모인 문성옥(75)씨를 만났다. 경철씨가 먼저 이모 손을 잡으면서 “엄마랑 똑같다. 쌍둥이 같다”며 울먹였다. “(엄마) 인중 오른쪽 위에 까만 점이 있었는데 (이모도) 있네. 똑같다. 엄만 5년 전에 돌아가셨어. 엄마가 얼마나 찾았는데. (우리) 아들 하나밖에 없어. 내가 잘할게”라고 말한 뒤 세남매가 모두 이모 성옥씨에게 큰절을 올렸다.
보경씨도 “엄마랑 똑같아. 엄마 못봐서 어떡해”라며 이모의 어깨를 감싸면서 눈물을 흘렸다. 성옥씨는 환하게 웃으면서 조카들이 가져온 언니의 사진을 보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첫날 첫 전체상봉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오후 3시15분에 시작돼 오후 5시15분까지 두시간동안 진행됐다. 행사 종료 안내방송이 나오고 북측 가족들이 먼저 퇴장하자 자리에 남아서 울고 있는 남측가족들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또 한 남측가족은 “웃는 것 보니까 아버지하고 똑같애”라고 했다.
한편, 우리측 주관인 이날 상봉장 테이블마다 삼다수 물과 사이다, 콜라, 망고 음료수와 맛밤, 맛고구마, 김튀김, 오뜨 등 과자가 놓여졌다. 이 밖에 맥심 커피믹스와 에세 담배 한갑과 모나미 볼펜 2개와 노트 1개, 편지봉투도 준비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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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남북의 가족들은 2시간동안 첫 단체상봉을 가진 뒤 이날 저녁 환영만찬을 이어갔다./미디어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