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이산가족 2회차 상봉 이튿날인 25일 상봉장에서 남측 손녀딸 중3 김규연 양이 손으로 쓴 편지가 북측 큰할아버지에게 전달돼 눈길을 끌었다./공동사진취재단


[금강산공동취재단·미디어펜=김소정 기자]“큰할아버지 북에서 잘 지내시고 계시죠? 제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남북통일에 힘쓸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셔야 해요!"

남북 이산가족 2회차 상봉 이튿날인 25일 상봉장에서 남측 손녀딸이 손으로 쓴 편지가 북측 큰할아버지에게 전달돼 눈길을 끌었다. 중학교 3학년인 김규연양이 쓴 이 편지는 이날 오후3시부터 진행된 단체상봉에서 남측 할아버지 금현수(77)씨를 통해 북측 큰할아버지 김용수(84)씨에게 전달됐다. 

용수씨는 편지를 받아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했다. 이날 개별상봉에 이어 오후에 이어진 단체상봉에서 남측 가족이 “아까 편지 읽고 어떠셨어요?”라고 묻자 용수씨는 말문을 열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끄덕했다. 남측 가족들은 용수씨가 편지를 받고 많이 우셨다고 전했다.

북측의 용수씨는 10남매 중 셋째로 이번에 형을 만난 남측의 현수씨는 남매 중 일곱째이다. 형제의 고향은 강원도 양양으로, 6.25전쟁 이전에 북한 땅이었다. 전쟁이 발발한 뒤 밀렸던 국군이 북으로 진격해오자 고등학생이었던 형만 북측으로 피난 가는 바람에 헤어졌다고 한다.

이 밖에 이날 북측 가족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준비된 선물 가운데 뜻 깊은 ‘특별선물’들이 많았다. 

송종호(85)씨는 친형제처럼 지낸 사촌동생에게 줄 선물로 20장이 넘는 분량의 책자를 만들었다. 이 책자에는 송 할아버지의 조부모, 부모 등 가족들의 사진과 살아온 이력들이 담겨 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송 할아버지는 “잘 살아왔다는 점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보우영씨는 어머니의 유언대로 이부누나 리근숙(84)씨가 14살 때 돈 벌러 집을 떠나 원산으로 간 뒤 어머니가 평생 간직해온 빛바랜 자수를 주인인 누나에게 돌려줬다. 어머니는 11년 전 92세로 세상을 떠나면서 “우리 근숙이가 어디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꼭 알아봐라. 근숙이를 만나면 이걸(근숙씨가 만든 자수) 꼭 전해줘라”라고 유언을 남겼다. 

북측의 여동생과 만나는 양순옥(86)씨는 고향인 전남 곡성에서 밑반찬으로 먹는 김부각을 준비했다. 순옥씨는 “어머니의 특별한 요리솜씨와 친정의 그리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부천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이상준(84)씨는 직접 기른 복숭아를 가져왔다. 전쟁 때 홀로 끌려갔던 셋째형 상윤(86)씨를 가족들은 평생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이제는 형이 돌아가셨을 거라고 생각하고 제사까지 지냈다. 상준씨는 “형이 인민군으로 끌려간 뒤 한 번도 이사를 가지 않았다”며 “복숭아를 먹으면 옛 맛을 기억할까 싶어 가져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