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문희상 국회의장이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강조하면서 표결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낼 '레버리지'를 가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비준동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여야 합의를 이뤄내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문 의장은 전날(26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과 한반도 평화의 담보를 위해서도 그렇고, 국민적 염원도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야당) 설득이 안 된다면 표결에 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음날(27일)에도 문 의장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와의 정례회동에서 "남북정상회담 전에 비준안을 처리하면 대통령이 얼마나 당당하게 임할 수 있겠나"라며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주문했다.
이 같은 발언은 종국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낼 정부의 협상력 제고에 목적이 있다는 게 문 의장 측 논리다. 국회 핵심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방법론에 있어 비준동의를 해줘야만 조기에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비준동의를 하는 게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이를 국회와 국민이 지지한다는 의미로 보일 수 있다"며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져야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할 할 수 있고,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도 부연했다.
뿐만 아니라 판문점선언을 두고 법제처에서 내린 유권해석도 문 의장의 발언 배경 중 하나다. 지난 17일 통일부는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동의가 필요한지와 관련,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당시 통일부는 법제처로부터 "판문점선언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 3항에 따른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로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남북합의서로 판단된다"는 검토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 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의 처리 유무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9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략적으로 의도적으로 국회를 끌어넣으려고 안달이 나 있다"며 "정상회담 이전에 판단하고 결심해야 하는 것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북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있는 입장을 가지고 국제사회에 나서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국회의장과의 정례회동 자리에서도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있는 가운데 (국회 비준동의를) 논의해야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가 선결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공고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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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들과 정례회동을 가졌다./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