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방식 전면개편 위해 내년 예산안 159억 반영…비정규직 통계 16년만에 바꿔 '마사지'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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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28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후생동 강당에서 강신욱 17대 통계청장 취임식이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미디어펜=김규태 기자]통계청장 전격 경질과 관련해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지난 5월 청와대에 기존 가계동향 조사방식을 재설계하는 보고서를 냈다"고 시인하고 통계청 노조가 "통계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내고 반발하면서, 정부가 향후 내놓을 통계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강신욱 청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에게 "5월에 제출한 보고서는 연구원 신분으로 제출했다. 밖에서 볼 때와 다를 수 있어 조사방식 변경은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청장이 앞서 제안했던 방식으로는 비경상소득을 소득 집계에서 제외해 소득 최하위층 및 하위층의 소득감소(올해 1분기 최하위층인 1분위의 경우 12.8%에서 2.3%로) 폭이 크게 줄어들고 이에 따라 소득 분배의 격차도 줄어든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초 현실을 최대한 반영해 지난해와 올해 가계동향조사가 개편된 것"이라며 "표본 총 갯수를 8000여개로 유지하지만,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매월 새로운 표본을 넣어서 노후화된 표본을 교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계의 정밀성을 알려주는 상대표준오차의 경우 이번에 논란이 됐던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의 상대표준오차는 1.8%로, 이는 전년 2분기(1.9%) 보다 0.1% 포인트 감소해 보다 정밀해졌고, 통계청의 표준오차 상한선 2.5%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더욱이 올해 가계동향조사의 응답율이 지난해 73.7%에서 77.2%로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모집단 및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더 확보한 것"이라며 "표본 구조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가 부족해 생긴 오해"라고 언급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지난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계청 가계소득조사 결과가 표본 오류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표본이 확대되면서 어르신이 많이 포함된 것이 영향을 미친 요소가 있어 억울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청에 대한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27일 열린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이임식 내내 눈물을 흘렸고, 국가공무원노동조합 통계청지부(노조)는 27일 내부 성명서에서 "통계청장은 한은총재처럼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지켜줘야 할 자리임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경질됐다"며 "앞으로 발표될 통계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담보하기 어렵게 할 것이고 통계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논란과 맞물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비정규직 통계를 개선하기로 노사정이 합의했다"면서 시간제 근로자 266만명(2017년 기준) 중 일시적인 시간제 근무에 임하는 비정규직(33만명)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집계방식으로 고치겠다고 나서 '통계 마사지' 논란까지 일어나고 있다.
16년만에 기존 통계에 손을 대겠다는 일자리위원회의 결정대로 집계방식을 고치게 되면, 30만명 이상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탈바꿈해 통계상으로만 고용 사정이 개선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번에 강신욱 청장의 임명을 두고 논란이 된 가계동향조사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159억원을 반영했고,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부문과 지출부문을 통합하면서 고소득층의 낮은 응답률을 개선하기 위해 소득표본을 완전히 재설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노조는 29일 공식 성명을 통해 "통계에 대한 불신은 국가정책에 혼선을 주는 것으로 국익에 심대한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통계청이 통계청장 한 사람 바뀐다고 해서 통계를 조작할 수 있는 그런 호락호락한 조직으로 본다면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 청장은 30일 국가통계발전포럼에서 "고용안정성과 근로조건, 일과 삶의 조화 등 질적 지표를 발굴하고 행정자료 및 조사자료 등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해 이를 측정할 계획"이라며 "시의성 있고 보다 정확한 통계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강 청장이 청와대 등 윗선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은채, 관계부처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통계지표를 생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