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남북의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가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제동에 일단 무산됐다. 남측 열차가 22일 서울을 출발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개성을 거쳐 신의주까지 운행하고 27일 귀환하는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우리측 기관차가 6량의 객차를 이끌고 방북한 뒤 북측 기관차로 교체해 북측 구간을 운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비무장지대(DMZ)를 관리하는 유엔사가 열차의 MDL 통행계획을 승인하지 않았다.
유엔사는 기자들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유엔사는 한국 정부와의 협조 하에 개성∼문산 간 철로를 통한 정부 관계자의 북한 방문 요청을 승인하지 못한다고 정중히 양해를 구했고 동시에 방문과 관련된 정확한 세부사항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엔사의 불허 사유와 관련해 MDL 통행계획을 규정보다 늦게 유엔사 측에 통보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MDL 통행계획은 48시간 전에 유엔사에 통보해야 하지만, 우리 당국은 북측과의 협의가 지연되면서 하루 전인 21일에야 이를 유엔사에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유엔사가 그간 사전 통보 규정을 이유로 통행을 불허한 적이 거의 없는 까닭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도 30일 “48시간 규정이 있는 것은 맞은데 그게 주요한 (불허) 요점은 아니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측이 당초 MDL 통행 시 제출하는 방북 일정과 인원, 반출품목 등의 정보를 모두 유엔사측에 통보했는데도 유엔사가 ‘세부사항’을 추가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측이 이번 기회로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철저히 가리려는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특히 유엔사가 우리측에 공동조사 전반에 대한 계획을 추가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우리측은 열차 6량을 북측에 주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까지 유엔사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고 북미 관계가 교착된 가운데 남북경협만 속도를 내자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엔사가 이례적으로 ‘사전 통보시한’을 지키지 않은 점을 승인 거부 이유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취소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남북은 4월 27일 정상회담에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 연결과 현대화'에 합의한 뒤 남북 연결구간에 대해 점검을 마쳤습니다.
남북은 지난 6월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7월24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이날까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축사를 통해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이라며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유엔사 공보실에서 지난 22일 개성-문산 간 철로를 통해 북한을 방문하려는 우리 방북계획에 대해 승인하지 못한다고 정중히 양해를 구하면서 방북과 관련해 세부사항 요청해왔다”면서 “정부는 미국과 북한 등 유관국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철도 공동조사사업이 원만히 추진되도록 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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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20일 동해선 철도 남북연결구간 공동점검을 위해 방북한 동해선 점검단이 감호역 철로를 살펴보고 있다./통일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