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이해찬 민주당 대표 발언 하루만에 공공기관 분류에 착수…해당 공기업 직원들 동요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 연설에서 "수도권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발언한지 하루 만에 당정이 이전을 위한 공공기관 분류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와 민주당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구체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122개 공공기관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산업은행(산은)과 IBK기업은행(기은) 등 대형 금융공기업을 제외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해찬 대표가 언급한 122개 기관에는 산은·기은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KOTRA·코레일네트웍스·한국환경공단·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공항공사·예금보험공사·한국투자공사·기술보증기금·대한적십자사·우체국시설관리단·우체국물류지원단·한국폴리텍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당정은 122개 전체가 이전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고, 일단 대상 공공기관들을 분류해 초안 작업을 마친 후 당정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기자들에게 "실제 이전이 불가능한 기관도 있으며 업무 성격상 이전할 수 없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이전이 필요한 기관을 신속하게 이전하되, 그렇지 않은 기관은 현 위치에 있도록 검토해 달라는 것이 이해찬 대표의 주문"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해야 할 공공기관 이전 검토를 하지 않았기에 속도를 내라고 한 것이고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논의해온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의 공공기관 이전 추진에 대해 지자체 입장은 여야를 떠나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 여부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련 기업들이 올 수 있도록 정부에서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기업들 이전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은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이전 비용이 많이 발생해 국고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사실상 대한민국 경제 중심인 서울을 황폐화하겠다는 의도밖에 없는 것"이라며 "일방적 입장을 제시한 민주당 당대표의 입장이 우려스럽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노무현 정부가 지난 2004년 1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지만, 뒤를 이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의 이전을 추진하지 않았다.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혁신 및 특성에 맞는 발전을 통해 자립형 지방화를 촉진함으로써 전국이 개성 있게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취지로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까지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국민연금관리공단 등 총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 완료했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 다니며 결혼 8년차인 김모씨는 당정의 이번 조치에 대해 "두 아이와 아내만 서울에 남겨 놓고 지방에 가느니 차라리 이직을 강구해야 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솔직히 지방 민심을 노린 정치적 행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지난 정부 당시 공기업 지방 이전 조치가 중단되어서 직원들 대부분은 지방 근무할 여건을 전혀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 행정학과의 한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세종청사 등 세종시 이원화는 사실상 비효율적이라고 평가가 끝난 상황"이라며 "이전을 마친 153개 공공기관 중 상당수는 간부급을 비롯한 실무자 직원들 모두 수시로 서울 출장을 오가는 바람에 업무 처리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으로서는 기업 유치 및 주민 증가가 가장 큰 관심사이기에 대부분 환영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을 강제로 추가 이전한다 해도 그에 따른 행정 비효율도 그렇고 실제로 내려가 거주하면서 일할 인력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별법대로 해야 하는 것을 지금까지 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과 '세종시처럼 비효율적이며 지방민심을 노린 정치행보'라는 비판이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당정이 대상 공공기관들에 대한 분류를 어떻게 마치고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 사진은 8월30일 열린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