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취재단·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19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무부가 환영하면서 북미 대화가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교착 상태였던 북미간 대화가 다시 시작되면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평가하고 힘을 싣는 분위기이다.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북한의 핵신고가 종전선언의 출발점’이라고 언급한 만큼 미국은 종전선언을 위한 구체적인 예시까지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남북 정상은 이번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비핵화와 관련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종전선언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합의했다. 
 
동창리 엔진시험장의 전문가 참관의 경우 비핵화 방안의 한 축에 해당하는 ‘검증’으로 평가하는 견해도 많지만 미국이 구체적으로 제시한 핵신고 등 비핵화 로드맵에 착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이번에 북한의 무기생산의 핵심 시설인 ‘영변 핵시설 폐기’를 공언하면서도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전제조건으로 달아 ‘선 종전선언’을 고수했다.

따라서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핵화 조치에서는 진전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미국 국무부의 입장은 긍정적이다. 평양공동선언이 나오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좋은 소식”이라며 환영입장을 내놨고, 국무부는 “2021년 1월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즉각 북한과 협상 준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종 협상을 조건으로 핵사찰을 허용하고, 국제전문가들이 참관한 가운데 시험장과 발사대를 영구 해체하기로 합의했다”는 말로 낙관했다.

당장 다음주에 뉴욕에서 열릴 유엔총회를 계기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에 폼에이오 장관은 국무부 성명으로 리 외무상에게 직접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 이와 별도로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한 대표단과 만나자는 요청도 내놨다.

이 같은 반응에 우리 정부도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전문가 참관과 앞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 가능성 언급으로 그동안 미국 정부가 원해온 비핵화 방안 모두가 한 덩어리로 논의 테이블에 올라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미국이 원하는 핵신고부터 동창리 시험장 검증, 영변 핵시설 폐기는 물론 북한이 원하는 관계 정상화와 종전선언, 제재완화 조치까지 여러 덩어리가 다 (논의선상에)들어간 상태”라며 앞으로 북미간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전날 평양 선언이 나온 직후 평양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동선언문에 담지 못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분명 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것을 전달하고, 상당히 이른 시일 안에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9.19 평양공동선언에 담기지 못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추가 메시지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대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사찰’ 등의 구두합의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합의서 이면의 구두합의는 늘 있어왔던 것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도중 ‘도보다리 대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 폐쇄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사실이 회담 이후 이틀만에 청와대 발표로 밝혀졌다. 

또 6.12 북미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창리 엔신시험장 폐기에 대해 언급했다. 이 내용도 당시 센토사합의문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일 기자회견에서 밝혀 공개됐다.

이번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말한 것을 볼 때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구두 메시지가 있고, 문 대통령이 다음주 뉴욕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합의문에는 담기지 못했으나 이번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얻은 비핵화의 진전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육성으로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언급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수십년 세월 지속되어 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하였으며,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아가기로 확약했다”고 밝혔다.

일단 미국의 지금 반응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볼 때 오는 24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김 위원장이 합의한 것은 ‘사찰’이 아니라 ‘전문가 참관’이라는 점을 깨닫고 지금 분위기를 반전시킬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어제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을 놓고 전문가들의 설왕설래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어휘 하나하나를 곧이곧대로 듣기보다는 큰 틀에서 상황 인식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이 나온 뒤 미국 국무부의 성명이 나온다는 점에서 미정부 입장의 기조를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 당사국이 모두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열릴 가능성이 높고, 그 회담을 이루기까지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달성하기 위한 상호 신뢰구축에 노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문 대통령은 지난 6.12 센토사회담에 이어 다시 한번 미국과 북한의 중재자로서 확고한 지위를 갖출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