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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산업부 기자 |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북한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기는 남달랐다. 북한 사람들이 ‘실세’를 알아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만약 그들이 이 부회장의 진가를 인정한 것이 맞다면 그것은 이 부회장이 쌓아놓은 명성 덕분일 거다. 여기서 말하는 ‘명성’이란 삼성전자가 일궈놓은 자본에 근거한다. 그 자본은 탁월한 기업가정신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기업만이 누릴 수 있는 결과물이다.
이 기업가정신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것은 물론, 그 능력이 발휘될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 여건을 뭉뚱그려 표현한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다. 국가가 개인이나 기업의 기업가정신을 담아낼 능력이 없다면, 삼성·현대·LG 같은 기업은 죽었다 깨어나도 만들어지지 못한다. 바꿔 말하면 북한 같은 곳에서는 기업이 설 자리가 1%도 없다.
개인의 재산을 일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유권과 재산권 보호인데 북한에는 그런 개념이 공식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단지 그 땅에 있는 모든 것이 수령님과 그의 가족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개인의 자본과 재산권을 허용하지 않는 북한이 이런 것들의 정점에 있는 이 부회장을 “우리가 꼭 오시라고 요청했다”고 말한 이유가 납득이 안 된다. 앞서 청와대가 “북의 요청은 없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만큼 황당한 발언이다.
당사자들 기분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글로벌 기업 총수들이 북한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했다는 소식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물론 이런 ‘아이러니’에 맞닥뜨리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인들을 ‘적폐’로 규정하면서도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남북정상회담’의 흥행을 위해 기업인을 ‘활용’하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그래서 북한과 문재인 정부가 통하는 게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기업가정신이 0.1%도 발현될 수 없는 북한에 가서 기업인들이 무엇을 느끼고 왔을지 궁금하다. 자랑할 만한 산업현장이 ‘묘목 재배장’밖에 없는 북한이야말로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했을까. 언젠가 자유통일이라는 대업이 성사 된다면 북한은 기회의 땅이 맞다. 하지만 김정은을 비롯한 그의 측근들이 살아있고,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이 봉건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그 언저리에 있는 한 그곳에서의 ‘기업가정신’은 요원하다. 있는 재산마저 몰수해가지 않으면 다행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자랑할 만한 산업현장이 ‘묘목 재배장’밖에 없는 북한과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삶을 국가가 책임져주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에 환호하는 모습은 이미 실패가 증명된 ‘사회주의’를 답습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나서서 전 세계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북한에 기업 총수들을 우르르 데려가는 나라에서 ‘기업할 자유’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을까. 여러모로 암울한 날들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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