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9일(현지시간)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할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면서 미국 정부에게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 우리 국가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우리가 (북미)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 북미간 신뢰조성을 중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그러한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할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에만 실현 가능하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공고히 하는 관건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 채택된 북미공동성명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리 외무상은 "한반도 비핵화도 신뢰 조성을 앞세우는 데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공화국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투명성 있게 폐기하였으며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고 확약한 것과 같은 중대한 선의의 조치들을 먼저 취하였고 지금도 신뢰조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 외무상은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한 화답을 우리는 보지 못하고 있다"며 "반대로 지금 미국은 선(先) 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이를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재압박 수위를 더 높이고 있으며 심지어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의 망상에 불과하지만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의 이행이 교착에 직면한 원인은 미국이 신뢰조성에 치명적인 강권의 방법에만 매여 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리 외무상은 "우리의 핵시험과 로케트 시험발사를 문제시해 숱한 제재결의들을 쏟아낸 유엔 안전보장리사회이지만, 시험들을 중지한지 근 1년이 된 오늘까지 제재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 커녕 토 하나 변한 것이 없다"며 "북미 두 나라가 과거에만 집착하면서 상대방을 의심만 하려 든다면 이번 북미공동성명도 지난 시기 실패한 다른 북미 합의들과 같은 운명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리 외무상은 이날 "남조선 주둔 유엔군사령부는 남북간 판문점선언의 이행까지 가로막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유엔군사령부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나섰다.

리 외무상은 유엔군사령부에 대해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만 복종하고 있는 연합군 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리 외무상은 향후 북미 관계에 대해 "미국은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성실히 지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미국 국익으로 이어진다는 선견지명있는 판단을 내리고 북미관계 해결의 새로운 방식을 견지해야 한다"며 "오직 그렇게 될 때만이 북미공동성명은 비로소 그 이행 전망을 내다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9일(현지시간)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할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면서 미국 정부에게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