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SDI 기흥사업장서 경영진과 현안 논의…삼성 미래성장사업 추진 속도 빨라질 전망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복귀 후 처음으로 계열사 사업장을 방문하며 미래 성장사업 역량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삼성이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사업도 공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삼성SDI 기흥사업장을 찾아 경영진들과 심도깊게 현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1일 오전 10시 쯤 삼성SDI를 찾아 전영현 사장과, 권영노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김광성 인사팀장 전무 등과 점심 식사까지 함께하며 장시간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배터리 사업의 투자 계획, 전장사업과의 시너지 등이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경영일선에 돌아온 이 부회장이 계열사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악된다. 상반기까지 이 부회장은 해외 거점과 거래선,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7월 삼성전자 인도 스마트폰 준공식과 8월 평택반도체 공장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각각 영접했다. 지난달에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SDI 방문은 신사업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SDI가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가 전장사업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상황에서 배터리 경쟁력까지 뒷받침 되면 삼성은 차세대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전기차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삼성SDI의 배터리 수주전에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가 힘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은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자동차 업계 인사들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시대에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배터리 사업을 앞으로 이 부회장이 더 주의 깊게 챙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삼성SDI가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헝가리공장과 중국 천진 2공장 등의 투자가 조기에 확정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삼성SDI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배터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지난해 5월 헝가리 괴드시에서 거행된 삼성SDI 전기차배터리 공장 준공식에서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中)에게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제공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방문이 빠른 속도로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는 삼성SDI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전 사장 취임이후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삼성SDI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바라보고 있다.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0%이상 증가한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앞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기존 사업은 물론 25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4대 미래성장사업을 이 부회장이 전면에서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핵심인재 확보 등 삼성의 연구개발(R&D)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이고 대외 활동에 부담이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움직이는 것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절박한 삼성의 사정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삼성의 시설투자와 R&D, 인수합병(M&A) 등이 더 활발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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