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최주영·나광호 기자] 국내 기업들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타결에 안도감을 나타내면서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 변화에 따른 치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대되는 가운데 북미시장에 대한 완성차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는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나프타를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합의했다. 앞서 미국은 멕시코와 먼저 나프타 개정안에 예비 합의한 바 있다.
완성차 업계는 일단 관세 부과 면에서는 한숨 돌렸지만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산 부품을 늘려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새 합의안에 따르면 앞으로 북미 지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에 들어갈 부품의 75%는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에서 생산한 것이어야 한다. 시간당 16달러 이상 받는 근로자가 생산해야 하는 부품 비중도 40∼45%로 규정했다.
2016년 9월부터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기아차의 경우 시름이 깊다.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의 역내 부품 사용 비율이 높아진 데다 고임금 근로자가 생산하는 부품 비중 등이 높아지면서 생산비용 상승 요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나프타 개정 합의안을 정밀 분석하면서 향후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아차는 또 미국에 있는 현대·기아차 공장과 동반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 등이 생산하는 고가의 핵심부품을 수입하는 방안을 비롯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캐나다 등지에 해외공장이 있는 지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쌍용차는 미국 수출 물량이 없다.
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한 타 국가에서 수입되는 픽업트럭은 미국에 관세를 내야 해 현대차의 픽업트럭은 미국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멕시코 공장에서 픽업트럭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GM은 나프타 재협상 결과에 따라 북미 시장용 픽업트럭을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철강 업계는 관세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일단 미국 쪽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지 않아 이번 재협상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포스코는 멕시코에 생산기지가 있으나 대부분 현지에서 소비되고 있다. 미국으로 보낼 수 있는 물량이 적고 미국으로 가는 유정용 강관 역시 나프타 때문에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협상으로 미국산 철강의 대캐나다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미국 내 기지가 많지 않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는 협상 타결을 반기는 분위기다.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관세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3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협상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일단 사라졌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최주영·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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