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아닌 기업에 대해 '사각지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 공정위 실태조사 결과 "규제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서 규제대상 회사보다 더 높은 비중으로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지속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규제 대상이 아닌 기업 간 내부거래는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규제 사각지대'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공정위와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7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내놓으며 "상장·비상장사 구분 없이 총수일가의 보유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회사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로 설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정위가 '사익 편취 규제'라고 규정한 규제의 본 이름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 2항)'다. 이는 국민들에게 '일감몰아주기'라는 용어로 알려져 있는 조항이다.
문제는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아닌 기업이 내부거래를 한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님에도 이를 지적하며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또 기업의 거래 여부는 전적으로 기업의 선택 영역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나서서 '잘못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부 거래든, 외부 거래든 해당 거래가 '정상적인 시장가격'에 근거하고 있는 한 범죄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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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 로고./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내부거래가 발생한 혐의가 있다'는 공정위의 말을 조심해서 봐야 한다"며 "이는 규제를 위반했다는 것이 아닌, 규제 대상이 아닌 기업이 내부거래를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제 대상이 아닌 기업이 내부거래를 한 것에 대해 규제 사각지대라며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지분율을 30% 미만으로 낮춘 기업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이것이 시정하고자 하는 법 취지와 다르게 갔다고 판단을 해서 '사각지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내부거래 규제의 본질은 총수 일가의 지분을 30% 미만으로 정리하라는 것이 아닌, 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인해 중소기업의 생존기반을 훼손하는 형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 같은 해명은 '규제의 맹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또 거래 업체로 선택되지 못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 거래를 규정하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정부가 미래에 일어날 모든 일을 염두에 두고 무언가를 규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것이 규제가 가지고 있는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간 거래는 비리가 아닌 경영 상 전략으로 봐야 한다"며 "계열사보다 중소기업의 제품이 훌륭하다면 중소기업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거래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부거래 규제가 중소기업의 생존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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