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시절부터 상용차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던 현대차가 최근 잠재적 고객확보를 위해 폭넓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차에게 상용차는 물량도 많고 일부 차종의 경우 제네시스보다 비싼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중요 시장인데 최근 수입차들이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어 고객사수가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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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
대형 트럭과 버스는 볼보트럭, 만(MAN) 등 전통적인 유럽 상용차 강자들이 점유율을 늘리고 있고, 최근에는 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 본사로부터 마스터를 들여와 소형 상용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에 고객소통을 강조해왔던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전략이 상용차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화물복지재단 전용 저금리 오토할부 상품’을 출시했다. 현대차그룹 계열 할부금융업체인 현대커머셜 및 화물복지재단과 손잡고 출시한 오토할부 상품은 화물복지재단 회원을 대상으로 현대 상용차 구매시 저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회원 8만2000명을 거느린 화물복지재단을 공략해 상용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화물복지재단 회원(Nice 6등급 이내)이 현대커머셜을 통해 현대차의 대형트럭(카고, 트랙터 총 2종)을 구매할 경우, 기존 오토할부 상품 대비 최대 1.6%포인트 낮은 시장 최저금리 4.1%를 적용해준다.
특히 장기 대출로 리스크가 증가하더라도 추가로 금리가 인상되지 않아 고액의 상용 차량을 구입해야 하는 화물 차주들의 월 할부금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고객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0일 ‘상용 중고차 품질 인증 프로그램’ 도입 계획을 밝혔다. 중고차 품질 인증은 차량 제작사가 중고로 판매되는 차량의 품질을 인증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중고차 고객들에게 ‘믿고 살 수 있는’ 중고차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 신차 구입 고객들에게 차량 잔존가치를 높여주는 효과를 부여하는 측면이 더 크다. 잔존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신차 고객 유인효과도 커진다.
중고차 인증 프로그램은 통상 고급 승용차 분야에서 많이 도입돼 왔지만 상용차 분야에서는 현대차가 처음이다. 상용 중고차 시장의 투명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상용차 판매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에는 상용차 고객 전용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현대 트럭&버스’ 홈페이지를 오픈하기도 했다. 기존 승용차 위주의 통합 홈페이지 ‘현대닷컴’에 끼어 있던 상용차 부문을 독립시켜 상용차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 트럭&버스 홈페이지는 와이드한 화면 구성을 통해 직관성을 높였으며 외부 활동이 많은 상용차 고객들을 고려해 모바일에 최적화된 반응형 웹사이트로 구축했다.
또한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도 '현대 트럭&버스' 계정을 론칭했다. 이를 통해 상용차 관련 브랜드 콘텐츠는 물론 졸음운전 방지 팁, 자동차 캠핑장 추천과 같은 라이프 콘텐츠 제공을 통해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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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현대 상용차 고객만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인 '현대 상용차 멤버십'을 론칭했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차 |
현대차가 이처럼 상용차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연간 10만대 이상의 물량을 보장해주는 큰 시장인데다, 대형 트럭의 경우 대당 가격이 1억원을 훌쩍 넘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상용차 판매실적은 대형 3만2321대, 소형 14만7199대로 총 17만9520대에 달했다. 연간 내수 판매량(68만8939대)의 2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 상용차들의 공세가 심해지면서 현대차의 움직임이 바빠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8월 수입 대형 상용차(버스·카고트럭·트랙터·특장차) 국내 판매는 3098대로 전년 동기 대비 6.1%나 증가했다. 가장 점유율이 높은 볼보트럭코리아가 5.4% 증가한 1220대를 판매했고, 2위인 만트럭버스코리아가 14.3% 증가한 720대를 팔았다. 다임러트럭코리아의 벤츠 트럭은 522대나 판매되며 12.5%의 증가율을 보였고, 후발주자인 이베코도 15.8% 증가한 117대의 실적을 올렸다. 이 기간 8.6% 감소한 519대를 판매한 스카니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승세다.
볼보트럭코리아와 만트럭버스코리아, 다임러트럭코리아 등 선두권 수입 상용차 업체들은 전국에 판매망과 AS망을 급격히 늘리며 국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 온 소형 상용차 시장에도 변수가 생겼다. 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그룹의 상용차 핵심 주력모델인 마스터(Master)를 출시하며 시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일반형인 마스터 S와 롱바디 모델인 마스터 L로 판매되는 마스터 시리즈는 판매가격을 2900만원에서 3100만원으로 책정해 현대차 스타렉스(2000만원대 초중반)와 쏠라티(5000만원대 중후반) 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용 차량으로 많이 활용되는 포터 특장차에게도 위협적인 존재다.
르노삼성은 쏠라티가 차체 크기 대비 적재공간이 큰데다, 넓은 사이드 슬라이딩 도어와 545mm의 낮은 상면고(바닥으로부터 적재함까지 높이)를 가지고 있어 화물의 상, 하차 시에 작업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전륜구동방식으로 4계절 전천후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수입차의 특성상 초기부터 대규모 물량이 투입되지는 않지만 일단 시장에 풀려 좋은 반응을 얻을 경우 수입물량이 늘어나 현대차의 소형 상용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의선 수석부회장 식의 현장경영 중 하나인 고객 소통창구를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함으로 보다 높은 고객만족도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상용차는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에 일단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면 오랜 기간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다양한 고객소통 채널을 보유한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재공략에 나선만큼 시장의 변화가 큰 관심을 끌 것이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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