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군 당국에 비밀 공문을 보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비행시험을 연기시켰다는 의혹이 15일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특정 권력계층에 의해 안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맹공을 펼쳤다.

국회 국방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 NSC에서 L-SAM 비행시험을 불허하는 상황이 발생해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전력화 지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L-SAM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약 1조900여억원을 투자해 개발하고 있는 KAMD의 핵심 무기다.

백 의원은 “당초 대탄도탄용유도탄(ABM) 비행시험도 예정했지만 청와대가 남북관계를 고려해 지연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사실은) 현재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전시작전권 전환 추진을 위한 필수전력 확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3축 체계구축이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국방부 주장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위사업청은 2600여억원을 투입해 L-SAM 사업 탐색개발을 올해 말까지 완료하기 위해 총 3회의 비행시험을 계획했고, 대항공기용유도탄(AAM) 비행시험 1회는 8월 말에 완료했지만, 지난 4월 ABM 비행시험 2회는 청와대 반대로 미실시됐고, 10~11월 계획하고 있지만 정상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백 의원실 측도 “최근 남북 간 접촉이 진행되는 가운데 100km이상 비행이 필요한 ABM 비행시험이 북측에 포착되는 상황을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진행된 국방위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왕정홍 방사청장과 방사청 실무진 등을 상대로 ‘L-SAM 비행시험 계획이 있었는지’ ‘청와대 NSC로부터 비밀공문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캐물었다.

이어 황 의원은 “국방과 안보와 관련된 사안들이 대단히 혼란스러운 시기 는데, 기본원칙이 성립되지 않는 한 혼란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며 “방위력 증강사업은 (방사청이)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진행하지 않으면 특정 권력계층이나 특정인에 의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L-SAM 비행시험을) 언제 하겠다고 결정했는데 진행 중 기술적인 부분에서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든지 아니면 주변적인 시험장 여건으로 봤을 때 조금 더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점이 발견됐다”며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시간적인 조정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L-SAM 시험발사 연기와 관련해 청와대에 보고된 게 사실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이런 사항의 경우 관계기관과 협의한다”며 “그 관계기관에는 (청와대가) 당연히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사진은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한 4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모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