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재정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정부 행정자료 무단유출’ 논란을 두고 파행을 겪었다.

앞서 심 의원은 기재부 산하 재정정보원의 디브레인(d-brain) 내 재정정보분석시스템(OLAP)에서 37개 정부 기관의 비인가 행정자료를 다운로드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심 의원이 비인가 자료를 유출했다며 고발했고, 심 의원도 자료 반납을 거부하며 맞고소 한 상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의 재정정보원 국감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심 의원이 국감 감사위원으로 사퇴하지 않고 과연 우리 기재위가 정상적인 국감이 가능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소인과 고소인이 국감장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나”라며 “심 의원과 재정정보원은 맞고소 상태”라고 부연했다.

강 의원은 또 “국회법에 따라 심 의원은 다른 위원으로 대체돼야 한다. 피감기관에는 법률을 지키라고 하면서 우리 스스로 국회법을 위반할 수 없지 않나”라며 “오늘 국감이 심 의원의 국가정보 탈취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방탄국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도 “심 의원은 증인석에 서야 한다”며 “감사위원으로 고소인을 감사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 본인을 위해서도 본인이 사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명재 한국당 의원은 “강 의원은 똑같은 말만 세 번째”라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 국감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고,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정부 여당이 적반하장이라고 생각한다”며 “(논란의 초점은) 수집된 자료를 통한 청와대와 정부로 가야 하는데, 심 의원의 자료 취득 적법성 여부로 옮겨졌다”고 비판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심 의원은 “강 의원이 국가기밀 탈취라고 했는데 기밀 몇 급이냐”며 “기밀로 전혀 지정되지 않았다. 불법탈취가 확실하다면, 상임위 밖에서 얘기하면 즉각 (강 의원을)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 면책특권을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심 의원은 또 김 의원을 향해서도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다고 하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 접근했고, 지금도 접근 가능하다”며 “공개된 자료라 비밀유출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국감 배제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고소고발 당사자라서 배제해야 한다면 기재부 장관과 재정정보원장도 배제할거냐”며 “청와대에서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데 대해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날 10시부터 시작된 기재위 국감은 재정정보원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한국투자공사, 국제원산지정보원 등 5개 피감기관을 두고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여야 의원들의 거듭된 공방이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기재위원으로서 참담하다. 이런 문제가 제기됐으면 간사 간 협의해서 의결하든지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며 정회를 요청했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