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외국 정상의 연설…파롤린 바티칸 국무원장 집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 이후 특별순서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시국에 있는 성베드로대성전에서 바티칸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집전하는 미사를 마친 뒤 외국 정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연설했다./청와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시국에 있는 성베드로대성전에서 연설을 갖고 “우리는 기필코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성배드로성당에서 외국 정상이 연설을 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은 유럽순방 중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는 일정과 함께 바티칸의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집전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모두 마친 뒤 특별 순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하며 “가톨릭의 고향,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여러분과 만나고 미사를 올리게 되어 참으로 기쁘다”며 미사를 직접 집전하는 국무원장과 교황청 관계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 1968년 10월6일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한국 순교자 24위가 복자품에 올랐던 일을 언급하며 “(당시) 한국말로 된 기도와 성가가 대성당에 최초로 울려퍼졌고, 500여명의 한국신자들은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은 지금 103위의 순교성인을 배출한 국가로서 한국의 순교성인 수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세계4위이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당시 교황 바오로 6세는 그날 강론에서 ‘한국교회의 훌륭한 표양을 본받으라’ 말씀하셨다. 한국은 선교사들에 의하지 않고 세계 교회사에서 유일하게 하느님 말씀과 직접 만나 교회가 시작됐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헌신을 보면서 가톨릭을 모범적인 종교로 존중하게 됐다”면서 “가톨릭교회에 영광이 있기를 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은 한반도 문제로 이어졌다.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나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했으며,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 세계에 천명했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남북의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에 무기와 감시초소 철수, 지뢰 제거 등과 함께 지난 북미정상회담이 있었던 것을 언급하면서 “교황성하께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신 기도처럼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와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은 2017년 초의 추운 겨울,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촛불을 들어 민주주의를 지키고 새로운 길을 밝혔다.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평화의 길이 기적 같은 변화의 원동력이 됐다”며 지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교황청이 대표단을 파견하고 교황의 기도가 있었던 것을 말하면서 “평화를 갈망하며 형제애를 회복하고 있는 남과 북,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황성하와 교황청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독교와 유럽문명이 꽃피운 인류애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반도에 용기를 주었다. EU가 구현해온 포용과 연대의 정신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여정에 영감을 주고 있다”면서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시편의 말씀처럼,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츨 것이다. 오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퍼질 것이다.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라며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이며, 우리는 기필코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가톨릭신자들의 인사인 “여러분 모두의 평화를 빕니다”로 마쳤다.    
이날 문 대통령의 성베드로성당 연설은 문 대통령 내외와 공식수행원들이 참석하고, 한인신부와 한인 및 외국인 수녀, 한국 교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바티칸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집전하는 미사가 모두 끝난 뒤 참석자들을 향해 이뤄졌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한 수녀는 “교황청에서 9년째 있는데 단 한번도 외국 정상이 와서 연설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매우 자랑스럽다. 국무원장 집전 미사도 좀처럼 없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시국에 있는 성베드로대성전에서 바티칸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시국에 있는 성베드로대성전에서 바티칸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해 파롤린 국무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