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면서 미북 간 비핵화 협상도 소위 ‘시즌 2’를 맞을 전망이다.
지난 8일로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되면서 핵신고와 제재완화에 대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난관에 봉착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양국간 외교가 ‘모래수렁에 빠졌다’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실무 수준의 협의가 진전되지 못한 것이 회담의 연기 이유’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비록 북미 간 협상이 순조롭지 않더라도 이번 고위급회담의 일정 연기는 미국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양측이 협상전략을 재정비하는 차원에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미 국무무도 7일 (현지시간) 북미 고위급회담의 연기와 관련해 “순전히 일정을 다시 잡는 문제가 전부이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중간선거의 변수가 끝난 만큼 미국은 2년 후 대선을 바라보면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갈 것이다. 그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만큼 대북정책을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책을 바꾼다면 그만큼 더 큰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도 최근 ‘핵-경제 병진노선’을 다시 꺼내들었지만 대화의 판을 깨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리용호 외무상의 오는 27일 베트남 방문이 예정돼 있는 등 북한은 그동안 중국 시찰에 이어 베트남의 개혁개방 모델을 연구할 예정이다. 따라서 오히려 제재완화 등 북한이 원하는 본격적인 카드를 제시해 미국의 움직임을 유도하려고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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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
이와 관련해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8일 미디어펜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회담 연기는 북한의 요인에 의해서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으로서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보면서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와 관련해 내부 조율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11.6 중간선거 직후 한밤중인 이날 0시쯤 뉴욕 미북고위급 회담 연기를 알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던 북한 김영철 통전부장 등 일행은 당초 7일 오후1시 베이징발 뉴욕행 비행편을 예약했지만 갑자기 뉴욕행 6일 오전 취소했다.
즉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은 폼페이오 장관이 서둘러 잡았던 측면이 있고, 북한은 미국의 채근에 마지못해 회담 개최에 동의했다가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회담을 연기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고위급회담을 서둘렀던 데에는 그가 지난달 6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다시 한번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들었고, 이때 풍계리 핵실험장을 비롯한 일부 시설에 대해 제재완화 이전이라도 사찰을 받을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실무회담이 진전되지 않자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하면서 이번 고위급회담을 추진했다.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의 의지가 있는 만큼 그동안 물밑에서 조율해온 협상안이 본격 제시될 상황을 맞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결국 그동안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한 것은 북한의 종전선언과 제재완화 요구에 대한 미국의 북핵 리스트 신고와 사찰 및 검증 등 상응조치가 강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형석 전 차관은 “이제 미 의회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 검증에 더욱 철저한 입장이 중요해졌다”며 “북한이 핵시설 사찰과 검증을 어느 정도로 수용하는지에 따라 제재완화도 단계적, 점진적으로 이행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하원 장악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킬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 전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핵심이 비핵화인 상황에서 하원이 무턱대고 반대할 수 없고, 북한 인권 문제 정도를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길게 가져갈 것이라고 했으나 2년 뒤 대선까지 북한을 관리하면서 비핵화 프로세스를 견인할 틀을 만들어져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