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배현진 대변인이 MBC 퇴사 이후 심경을 밝혔다.

10일 오후 청주 씨어터제이에서는 시민영화패 무명이 주최·주관하는 '제6회 시민영화제 NFF(Nameless Film Festival)'가 개최된 가운데, 이용남 감독과 배현진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이날 시민영화제의 폐막작으로는 배현진 대변인의 성장담을 그린 다큐멘터리 '느루'가 상영됐다.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미장센과 그간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그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객석에 큰 감흥을 안겼다.

시민영화제를 찾은 배현진 대변인은 "제가 웬만하면 긴장을 잘 안 하는데 영화제를 앞두고 너무 떨렸다"면서 "누군가의 앞에서 제 이야기를 꺼내놓은 적도 없을 뿐더러 생방송만 하다 보니 제 얼굴을 이렇게 오래 보고 있었던 적이 없다"고 작품을 본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전 평탄하게 성장하지 못했다. 제 인생에서 실패는 없었다고 보는데, 아픔은 많았다"면서 "차츰 딱지가 내려앉았고, 고비를 넘기만 하면 금세 행복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자연스럽게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마음이 죽고 싶을 정도로 구렁텅이에 있었지만, '내일 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마음도 있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했다.

MBC 뉴스 간판 앵커를 그만둔 뒤 사랑했던 연인을 떠나보낸 듯 후유증이 컸다는 배현진 대변인. 그는 "당분간 카메라에 담기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제안하신 영상은 제가 살아오면서 담겨보지 못한 카메라 앵글이었기 때문에 욕심이 났고, 호기심도 생겼다. 그래서 응하게 됐다"고 작품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 사진=배현진 대변인 공식 페이스북


2008년 MBC에 입사해 '우리말 나들이', '5시 뉴스', '100분 토론' 등 프로그램을 진행한 배현진 대변인. 2010년부터 2017년까지는 무려 7년간 MBC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 앵커석에 앉았다.

2012년 MBC 총파업에 참여했지만, 파업 중인 상황에서 노조를 탈퇴하고 '뉴스데스크' 앵커로 복귀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김장겸 전 사장이 MBC 노조의 파업 끝에 퇴진 당하고, 최승호 전 PD가 신임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배현진 아나운서는 '뉴스데스크'에서 물러났다.

'느루'는 꿈 많은 소녀였던 어린 시절부터 MBC 입사 과정, 악성 루머와 선입견에 시달린 암흑기, 자유한국당에 입당하게 된 사연까지 평탄하지 않았던 배현진 대변인의 성장기를 다룬다.

시민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느루'를 연출한 이용남 감독은 "느루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모아 어떤 것을 성취한다는 의미다"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배현진 대변인의 삶을 관통하는 단어가 바로 '느루'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배현진 대변인께 죄송한 이야기지만, 그를 둘러싼 루머나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완전히 믿은 채 촬영에 들어갔다"며 "제가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배현진 대변인과 관련한 오해를 이해하고 있다면 그의 민낯을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 사진=영화 '느루' 메인 포스터


그래서일까. 가슴 뛰도록 아름다운 11개의 슬로길과 배현진 대변인의 이야기를 마주하다 보면 그를 둘러싼 세간의 평가와 루머, 선입견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된다. 이용남 감독의 '보는 재능'과 '듣는 능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전 청주대 영화학과 교수인 이용남 감독은 "배현진 대변인에게 다큐멘터리 출연 제안을 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눈빛을 보면 꿈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까웠고, 이 친구들에게 꿈에 대해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없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다큐멘터리가 탄생했다.

한편,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시민영화제 NFF는 영화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유와 꿈'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프로그래머들의 열띤 논의를 거쳐 초청작 2편, 기획작 1편, 청·장년부 4편이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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