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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주광덕 의원실 제공 |
[미디어펜=김동준 기자]“제일 큰 문제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김명수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23일 국회 주변의 한 식당에서 만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관 탄핵’ 논란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회의)가 법관 탄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은 데에는 답답한 듯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이처럼 지적했다.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지자 사법부는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모양새다. 이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의혹을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적폐’로 규정하고 ‘특별법에 의한 특별재판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특별재판부는 공정성 시비와 위헌성 여부를 둘러싼 지적에 사실상 무산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법관회의가 움직였다. 지난 19일 법관 탄핵을 요구하는 안건을 상정해 1표 차(찬성 53명 대 반대·기권 52명)로 의결한 것. 다음날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법관 탄핵을 위한 실무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관회의는 지금 ‘삼류 정치’를 하고 있다”
법관회의의 이러한 움직임을 주 의원은 ‘삼류 정치’라고 일갈했다. 대법원장의 자문기구에 불과한 이들이 선을 넘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혈안이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법관회의는 전국 3000여 명의 법관을 대표할 만한 대표성은 없고 편향성만 있다”며 “이번 법관회의에서 일부 법관들이 퇴장한 것만 봐도 (법관회의) 주도 그룹에서 ‘한쪽’으로 (사법부 내 여론을) 몰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법관회의 표결 당시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를 포함한 일부 판사들은 “회의를 탄핵 쪽으로 몰아가듯 진행하고 있다”고 항의하며 회의장을 퇴장한 바 있다. 이후에도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법관에 대한 탄핵 의결은 다분히 정치적인 행위”라고 소신 발언을 했다.
주 의원 역시 “법관회의의 소관 권한은 사법행정에 관하거나 법관 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한 대법원장의 자문역”이라며 “대외적으로 의사를 표시해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게 하는 기구가 아니다. 소관 사항과 전혀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법원 내부의 문제를 가지고 법관이 몰려다니며 집단행동 및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법부 독립에 장애 요인이 된다”며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부연했다.
주 의원은 법관회의 의결 절차도 문제 삼았다. 그는 “보통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표결할 때에는 과반이 아닌 가중다수결로 의견을 모으는 게 일반적인데 ‘53대 52’라는 결과를 두고 권한도 없는 법관회의가 국민의 상대로 의사를 표시하고 국회에 압박을 넣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관회의의 편향성에 대해서도 “법관대표회의 집행부 13명 중 7명이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주 의원실은 법관회의 표결 찬반 명단 공개를 줄곧 요구하고 있지만 법관회의 측은 공개를 주저하는 상황이다. 주 의원은 “법관회의 운영위원회에서 내부회의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검토한다고 하니 우선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주 의원은 김 대법원장이 법관회의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봤다. 비상설 자문기구였던 법관회의를 지난 2월 상설적이고 공식적인 기구로 격상시킨 주체가 김 대법원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코드인사로 임명된 김 대법원장이 기라성같은 대법관들을 장악하기 위해 자신을 지지해줄 것 같은 법관회의를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대법원장, 정치권에 책임 떠넘겨…임기 못 채울수도”
결국 주 의원은 특별재판부부터 법관 탄핵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태는 모두 김 대법원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위헌성이 있는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이 발의됐을 때에도, 법관회의가 법관 탄핵을 검토해달라는 결의문을 발표할 때에도, 대법원 내부 징계 논의 대상 판사들의 명단이 공개된 지금도 김 대법원장은 침묵만 하고 있다”고 했다.
법조계 내에서도 김 대법원장의 소극적인 대응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일례로 6월 15일 법관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받되 고발 조치에는 반대한다’고 의견을 내자 사흘이 지나서야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한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주 의원은 “‘양승태 체제’ 하에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 하더라도 사태에 대한 수습의 책임은 김 대법원장에게 있다”며 “김 대법원장은 그런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고 검찰에 기대 해결하려고 하더니 이제는 국회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던져 놓고 해결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김 대법원장의 침묵은 사법부의 수습 책임(특별재판부·법관 탄핵 등)을 국회로 미뤄 진흙탕 싸움 해보라는 것 밖에 안된다. 정치 쟁점화돼 논란이 불거질 것을 모르면 바보일 텐데 본인이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개인적으로 사법부의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 김 대법원장은 임기를 다 채우기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검찰 수사결과 나올 때까지 법관 탄핵은 시기상조”
주 의원은 이미 시작된 검찰의 수사 이후에 법관 탄핵을 논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 상황에서는 법관들의 범죄사실도 명확하지 않고 탄핵 대상이 될 법관을 어떻게 가려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무조건 법률을 위반했다고 탄핵하나. 탄핵에는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며 “(수사결과에 따라) 기소대상과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나온 뒤 탄핵을 논의하면 된다. (탄핵) 기준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도 범죄사실이 소명되지 않은 채 탄핵이 가능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내란죄가 아니면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다. 즉,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있는 상태에서 수사를 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혀 탄핵의 사유를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주 의원은 김 대법원장을 둘러싼 여권의 옹호 여론도 겨냥했다. 총선 때까지 적폐청산 이슈를 몰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정략적 판단이라는 논리다. 그는 “최근 고용세습 등 여권에 비난국면이 많았고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는 양상”이라며 “법관 탄핵은 부정적 이슈를 덮고 공세적으로 나설 수 있는 호재 아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 의원은 “양승태 체제에서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이어가면 결국 박근혜 정권과 보수세력을 비난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지속적인 비난과 불신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