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올해 마지막 달의 6일까지도 정부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한미 정상으로부터 연내 답방의 공을 넘겨받은 북한은 오히려 묵묵부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고, 문 대통령이 순방길 기내 간담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서울 방문과 관련한 각종 뉴스와 시나리오가 넘쳐난다.
 
일단 12월 중순 광진구 워커힐호텔과 남산 서울타워 등이 일반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청와대는 작년에 이미 리모델링한 상춘재에 대해 또다시 보수공사를 시작해 외부 귀빈을 맞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짐작을 낳고 있다. 

한때 문희상 국회의장이 오는 17~25일로 예정된 중동 순방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 국회 본회의장 연설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문 의장은 이날 “현재까지 김 위원장 답방에 따른 순방 연기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오는 18~20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이미 정부가 이 날짜를 북측에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다. 같은 달 17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일이고, 21일부터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계획을 세우는 총화 기간이라 점에서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날짜로 거론된다. 

이 밖에 12~14일, 남북 철도연결 착공식을 기해 당일치기 방문, 판문점에서 약식으로 진행되는 남북정상회담도 거론된다.
 
일단 김 위원장이 방남할 때 숙소는 워커힐호텔이 유력하다. 워커힐 호텔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김여정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이 머물렀던 장소로 강과 산으로 둘러싸여 보안 문제에서 탁월하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총리 공관이나 상춘재 숙박은 가능성이 없다.

   
▲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9월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온다고 해도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비핵화 진전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차원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계기로 내놓을 메시지도 중요하고, 남한에서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날지도 관심이 쏠린다.
 
먼저 지난 평양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백두산 천지까지 오르는 일정을 소화했으므로 김 위원장도 한라산 백록담에 갈 것이라는 관측도 많이 나온다. 또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남산타워나 롯데월드타워 방문도 손꼽힌다. 공식 환영식 장소는 창덕궁 등 고궁이 될 수 있다. 올해 9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방한해 창덕궁에서 공식 환영식을 가졌다. 

물론 서울에 온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청와대로 초청받아 공식 환영식을 갖고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상춘재에서 식사하는 스케줄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평양에서 문 대통령이 능라도 5.1경기장에서 10만명이 넘는 북한 대중 앞에서 연설한 것처럼 김 위원장도 이에 상응하는 장소인 국회에서 연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고, 여야 간 합의도 전제 조건이다.

남한에서 김 위원장의 산업현장 시찰도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4차 산업혁명과 첨단산업에 관심이 높은 만큼 유력 방문 후보지로는 삼성전자의 기흥공장, 판교 테크노밸리 등이 꼽힌다. 

또한 남북 철도연결사업과 관련해 한국의 KTX를 직접 타볼 수도 있다. 김여정 1부부장도 남한에서 KTX를 타고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으로 간 적이 있으며, 이에 대한 정보를 김 위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KTX를 탄다면 현대차 울산 공장 방문 일정이 나올 수도 있다.

북미관계가 장기간 교착 상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직전과 비슷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이후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비핵화가 촉진된다면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내용보다 답방으로만 끝날 경우 경제와 일자리 문제에서 한계에 봉착한 문재인정부에 치명적일 수 있다. 지금 김정은 답방의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백두칭송’ 대 ‘답방 저지’로 남남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볼 때 반발하는 여론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