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7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이 수장인 경제자문 기구에서 책임을 맡고 있던 김 부의장은 그동안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해왔다.
지난 7월 페이스북에 “최저임금 이슈로 1년을 보내는 사이 경제 체력이 나빠지고 외부환경도 악화됐다. 경제운용의 기본 구조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던 김 부의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자신의 수차례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부의장은 지난 5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경기는 회복 흐름”이라는 진단을 내놓자, “믿어지지 않는다. 여러 지표로 봤을 때 경기는 오히려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라고 맞받은 바 있다.
또 지난 8월에는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시한 ‘사람중심 성장경제’에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며 “현 정책은 구조와 우선순위가 원 버전과 동일하지 않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 부의장은 8월 30일에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소득주도성장 논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사람중심 경제라는 큰 틀에서 이야기하자”며 ‘백 투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자)’을 언급하며 “사람중심 경제의 중요한 방안 중 하나로 인재·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0월 23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제정책 분과회의를 주재하고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부의장은 지난달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첫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겠다고 합의하자 이 정도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의장은 10월 26일 페이스북에서 “(정책 당국자들이) 샘을 깊이 파지 않고 바람막이나 설치하려 한다”고 지적하고, “정치는 짧게 보려는 구조적 성향을 갖는다. 그러나 경제는 길게 봐야 한다”고 설파하기도 했다.
현 정부에서 일시적 재정 확대, 공무원 충원, 단기고용 확대 등 단기 처방만 나오는 것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그동안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내던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교체 결정이 있은 이후 김 부의장까지 사퇴하게 되면 그만큼 정부 내에서 경제 정책에 대한 견제장치도 약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김 부의장을 임명하면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활성화하려 한다”면서 “김 부의장은 정치·경제를 저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던 분이다. 하지만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참석한 첫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는 출범 7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에야 열렸으며, 두 번째 회의는 올해 12월까지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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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과 석좌교수(왼쪽 세번째)가 지난해 5월21일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임명됐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