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북한에 17개월째 억류되었다가 지난해 6월 혼수상태로 석방되었던 미국시민 오토 웜비어(21)씨가 석방 6일만에 사망한 사건에 대해 미국 법원은 24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그 책임을 묻고, 웜비어 유족에게 도합 5억113만 달러(5643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AFP 통신 및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베릴 하월 판사는 이날 판결을 통해 "북한은 웜비어에 대한 고문, 억류, 재판외 살인, 웜비어의 부모에게 입힌 상처에 모든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웜비어는 2016년 3월 북한에서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법정선고 받은 후, 1년 넘게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이 전세계에 그대로 드러난 바 있다.

북한은 "웜비어가 재판 후 식중독인 '보톨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지만, 혼수상태의 웜비어를 치료했던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대 의료진은 "북한 주장에 대한 관련 증거가 없다"며 "웜비어에게서 발견된 뇌 손상은 일정한 혈류 공급이 중단된 심폐정지 상태에서 뇌조직이 죽을 때 관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하월 판사는 판결문에서 "북한은 아무런 답변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손해배상금으로 4억5000만 달러, 위자료 및 치료비로 51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그는 "웜비어가 겪은 고통의 정도는 북한 고문방법 및 그의 신체손상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북한은 야만적으로 웜비어를 고문해 허위 자백을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하월 판사는 "웜비어 부모는 북한이 아들을 붙잡아 전체주의국가의 인질로 쓰는 참혹한 경험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AFP 통신은 이날 판결에 대해 "북한이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불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미국에서 압류할 자산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