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의 KT&G 사장교체 개입 의혹과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압력 의혹 등을 폭로했다가 3일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잠적 반나절만에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8시20분 신재민 전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는 112신고가 그의 대학 지인로부터 접수되어 경찰이 소재 파악에 나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신 전 사무관 거주지인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원에서 3장짜리 유서와 전날 그가 대학 선배로부터 받은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잠적한 신 전 사무관을 찾기 위해 경찰은 고시원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등 추적에 나선 끝에 오후12시40분경 관악구 한 모텔에서 신 전 사무관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가 그에 대해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전한 가운데, 이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에 "생명에 지장이 없어 정말 다행", "천만 다행이다", "꼭 살아서 부조리한 현실을 밝혀주세요" 등의 댓글을 달았다.

발견 후 신 전 사무관은 안정을 위해 병원으로 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전날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지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국채 조기 상환(바이백) 취소 지시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청와대와 통화를 끊고 부당한 지시를 받으면서 하는 행동들이 보였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익신고자가 나로 인해 또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 정부의 KT&G 사장교체 개입 의혹과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압력 의혹 등을 폭로했다가 3일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잠적 반나절만에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사진=신재민 유튜브

한편 이날 오전 경찰 수색이 이뤄지는 가운데 오전11시19분 신 전 사무관의 모교인 고려대 커뮤니티 게시판(고파스)에는 신 전 사무관이 쓴 글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모텔에서 머물면서 신 전 사무관이 쓴 것으로 알려진 글에서 글쓴이(아이디 신재민2)는 더 좋은 나라가 되는 조건으로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비상식적인 정책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결정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를 강조했다.

그는 글에서 "폭로한 이유는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부채의식 때문"이라며 "GDP 대비 채무비율 향상을 위해 적자국채 추가 발행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구요? 아무리 그게 미수라 하더라도 정책최고결정자입에서 그런이야기가 나오고 그 후 청와대에서도 추가발행하라 하는데요? 증거도 차관보님 카톡까지 보여드렸는데도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그 시기에는 금리 인상기라 모두가 바이백 혹은 적자국채 발행 축소 기대하고 있었어요. 발행하면 시장기대 역행하는 것"이라며 "만약 정말 이정도 개입이 괜찮다 생각하셨다면 국민들에게 공개하면서 하셨어야죠. 이것도 담당사무관 카톡나와서 차관이 받아왔다는 표현까지 나왔잖아요"라고 지적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