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작년 11월 부인과 함께 잠적했다. 사진은 조 대사대리가 작년 3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 문화행사에 참석해 이탈리아 인사들과 함께한 모습./로마 APㆍ연합뉴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성길 주 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미국 망명을 원하고 있으며, 현재 이탈리아 정보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이탈리아 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일간신문인 라 레푸블리카는 이날 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조성길 대사대리의 잠적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신문은 "조성길 대사대리가 미국으로의 망명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정보기관들에 도움과 보호를 요청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대사관을 이탈한 조성길이 11월 중순 이탈리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이후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정보당국의 수장들이 미국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조 대사대리의 신병과 관련해 은밀하게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양측의 조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의 민감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4일 조성길이 미국 망명을 원한다는 보도에 대한 RFA의 논평 요청에 “신변 안전이나 재산 보호,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사건과 쟁점에 대한 언론과의 소통을 제한하는 내부 지침에 따라 답변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현지 보도대로 조성길이 미국 망명을 신청했다 하더라도 실제 그가 승인을 받고 미국땅을 밟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망명 문제는 인권 문제인 만큼 미국 정부가 조성길의 망명 신청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반 탈북민이 아닌 북한 정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관리라는 점에서 조성길에 대한 심사가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힐 전 차관보는 "특히 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미국행을 택하는 망명 신청자들에 대해 미국 내 회의론이 짙은 분위기에서 조성길의 망명 배경과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는 데까지 긴 시간과 많은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조성길의 잠적과 망명설이 북미 또는 남북회담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는 "남북미 간 회담이 조율되는 과정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를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