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 백악관이 18일(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2월 말쯤 열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회담 장소를 확정하지 않으면서 북미 양측이 회담 의제 조율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면담한 이후에도 직접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어 7개월여 전 김 부위원장의 백악관 첫 방문 때와 비교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15분 백악관을 방문한 김 부위원장을 만나 1시간30분 동안 면담했다. 이후 세라 샌더슨 백악관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2월 말쯤 열릴 것”이라며 “회담 장소는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샌더슨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날 면담에 대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아무 글도 올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친서에 대해서나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면담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켰다.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북미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연합뉴스


따라서 이번에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대로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자를 2월 말쯤으로 합의했지만 의제 조율을 담당하는 스웨덴 실무협상 쪽으로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마주앉을 의지를 피력했지만 북한 비핵화 진전과 미국의 상응조치를 논의하는 실무협상 결과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해서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귀국길에 ‘1월이나 2월’로 말한 뒤 ‘2월 말~3월 초 개최’설이 거론됐고,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3월~4월 개최’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1차 정상회담 개최까지 사전 준비에 6주 정도 소요됐던 점을 감안할 때 이날 백악관이 밝힌 ‘2월 말 개최’는 북미 정상 모두 빠른 시일 내 2차 회담을 열 의지가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국내 문제 돌파용이라는 호재로 삼고 싶기도 하겠지만 이번에도 북한 비핵화에 있어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국내 정치에서 더욱 궁지에 몰릴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워싱턴과 동시에 스웨덴에서 북미 간 실무협상이 투 트랙으로 열리는 점에서 이 결과에 따라 실제 2차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는 물론 그 결과가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선희 부상이 김영철 부위원장과 함께 워싱턴으로 가지 않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 간 북미 고위급회담에 참여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스톡홀름으로 불러 사전 기싸움을 벌인 점에서도 북한이 19~22일(현지시간) 실무협상에 단단히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최선희-비건’ 실무협상의 성공 여부에 따라 북미대화의 지속 가능성도 내다볼 수 있다. 그동안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양 정상 간 주고받는 ‘딜’의 결과에 따르는 탑다운 방식이었고, 한계가 있었던 만큼 실무협상으로 전환해 비핵화 로드맵을 그려나갈지 주목되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6월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도 정상회담 전날까지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화 최선희 부상 간 실무협상이 막판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었고, 최종 합의 사항도 모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는 북한의 영변 핵단지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핵리스트 신고와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종전선언, 한미군사훈련 중단, 북미관계 정상화 및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해 남북 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조합을 찾을 것으로 예성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에게 영변 핵단지 폐기 및 검증을 약속한 상태이며, 지난 신년사에서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를 언급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미국민의 안전 우선”이라는 발언으로 북한의 ICBM 폐기가 우선 의제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낳은 바 있다.

결국 북미가 2차 핵담판을 벌일 것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도출하는 ‘빅딜’이 나올지 우선 북한의 ICBM 폐기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로 그치는 ‘스몰딜’로 끝날지는 스톡홀름 비핵화 협상에 달려 있는 셈이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 이전에 제재완화를 내세워 한반도는 물론 괌과 오카나와에 배치한 미국 전략자산까지 철수하는 ‘북한식 비핵화’를 고수할 경우 자칫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2월 말보다 연기되거나 끝내 불발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완화는 트럼프 대통령 혼자 결정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이번에 북한이 별다른 북한이 다른 비핵화 조치없이 ICBM 폐기 카드만 꺼낼 경우 미국이 어떤 상응조치를 내놓든지 간에 한시적일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핵보유국 인정을 노리는 북한의 의도에 끌려다닌다는 논란을 낳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