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4조원대 개발 규모…3분기 경쟁입찰 ‘격전’ 예상

17일 한국전력공사가 이사회를 열고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를 일반경쟁 입찰방식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곳을 탈환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 COEX-잠실운동장 일대 국제교류 복합지구 위치 / 서울시 제공

서울시와 업계에 따르면 한전 본사 부지는 면적 7만9342㎡로 공시지가만 1조5000억원을 육박한다. 특히 국내 최대 업무상업지역인 테헤란로, 코엑스와 연계한 대규모 단위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고예상시가는 2~4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당초 한전은 이 땅을 정부가 추진중인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팔 계획이었으며 이곳을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 개발한 후 매각, 이익을 극대화할 계획이었다.

업계에서는 한전이 본사 부지 등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라는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일반경쟁 입찰방식을 통해 매각을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전 본사 부지는 인근에 파크하얏트·그랜드인터컨티넨탈 등 특급호텔이 다수 위치한 데다 대형 컨벤션센터인 코엑스가 있는 점 등이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도심에 적용되는 고도제한이나 유물 발굴 같은 돌발변수도 거의 없어 개발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 보고 있다.

한전 본사 부지의 경우 서울 시내 미개발 부지 중 규모와 위치 등이 모두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한전 삼성동 본사에 대한 인수 유력 후보로는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명단에 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우선 삼성그룹은 과거 ‘삼성동’이라는 네임 밸류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아울러 지난 2011년 삼성생명을 통해 한전 부지 인근 1만988㎡의 한국감정원 부지를 사들인 것으로 부지 쟁탈의 서막이 올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여기에 최근 삼성물산과 포스코가 공동으로 한전 부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사업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 사업방안에는 한전 부지와 한국감정원, 서울의료원 부지에 114층과 75층, 50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 외에도 호텔과 쇼핑몰 등이 입지하는 연면적 94만4757㎡ 규모의 초대형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삼성은 앞서 일부 계열사가 사업진행 차원에서 접근해왔던 만큼 그룹 차원에서의 전략적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병환에 따른 총수 부재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의 신중한 행보에 반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건립 필요성을 제기하며 한전 부지 쟁탈전에 매우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한전 삼성동 본사 / 뉴시스

현대차그룹은 GBC 건립을 통해 전 세계에 포진해 있는 사업장과 수직계열화 돼 있는 그룹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GBC 내에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문화 클러스터 등을 포함시킴으로써 업무는 물론 문화, 생활, 체험, 컨벤션 등이 조화를 이룬 서울시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 브랜드 제고와 함께 ‘완성차 생산 세계 5위, 수출 세계 3위의 자동차 강국,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서울시가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전시·컨벤션 중심의 ‘국제교류복합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한 것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청사진과도 맞아떨어져 서울시 계획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란 입장이다.

이처럼 한전 본사 부지를 두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계 자본의 개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선 중국의 유명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과 미국의 카지노그룹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가 이곳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4월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종합발전 계획이 요구되는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총 약 72만㎡를 서울의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공간인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펜= 김세헌 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