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속 권력을 탐하는 세 인물의 발칙한 매력이 돋보이는 명장면&명대사 BEST4를 공개한다.

영국 왕실 절대 권력의 중심인 앤 여왕은 러시아 사절단과의 만남을 앞두고 드라마틱한 메이크업을 한 채 사라 앞에 나타난다. 앤 여왕의 이런 모습에 사라는 "꼭 오소리 같아요. 진짜 이 모습으로 러시아 사절단을 만날 거예요?"라고 직언을 하며 화장을 고쳐주고, 앤 여왕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방으로 돌아간다. 

이 모습은 앤 여왕과 사라의 친밀하면서도 놀랍기도 한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앤 여왕은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면서 옆에 있는 어린 시종에게 "방금 나 쳐다봤지? 날 봐! 보라고! 감히 어딜 봐? 눈 감아!"라고 쏘아붙이며 이제까지 본 적 없는 히스테릭한 여왕의 면모를 선사, 보는 이들을 폭소케 한다.

앤 여왕의 오랜 친구인 사라 제닝스는 히스테릭한 성미와 유약한 심성을 가진 앤 여왕 대신 영국의 국정을 살피는 뛰어난 정치적 지략을 지녔다. 국정 운영에 관한 청원을 하기 위해 앤 여왕을 찾은 토리당의 대표 로버트 할리는 앤 여왕 대신 자리에 참석한 사라를 보며 "나라 꼴 엉망이네. 개나 소나 정치에 참견질이니"라며 비아냥댄다. 

이에 사라는 "마스카라 번졌네. 화장 고치고 올래요? 얘긴 이따 하고"라며 할리를 향해 조소를 담아 응수한다. 이어 "꼭 속을 긁어야겠소?"라는 말에 "여자도 가끔은 장난을 치고 싶거든요"라며 주도권을 쥔 채 대화를 마무리, 말 한마디로 고위 관직 남자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뽐낸다.

몰락한 가문 출신인 하녀 애비게일은 신분 상승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앤 여왕의 총애의 대상이 되고자 노력한다. 앤 여왕의 눈에 띄어 그녀와 시간을 보내게 된 애비게일은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아 앤 여왕으로부터 동정심을 얻는다. 이후 그녀는 "정말 아름다우세요. 제가 남자였으면 열렬히 구애했을 거예요"라고 사탕 발린 말들을 늘어놓으며 환심을 산다. 앤 여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발버둥치는 애비게일의 주도면밀한 모습이 관전 포인트.

애비게일이 앤 여왕과 급속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자 사라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앤과 사라의 각별한 관계를 알게 된 애비게일은 사라에게 자신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음을 넌지시 알리며 신경을 긁는다. 이에 사라는 애비게일과 사격 연습 도중 "총알을 안 넣고 쏘면 소리만 요란할 뿐 발사가 안돼. 꽤 재치 있는 비유지?"라며 애비게일에게 장전되지 않은 총을 쏜다. 이어 "가끔은 총알을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헷갈려. 헷갈려서 사고 칠까 봐 걱정이야"라며 위협을 가한다. 

이는 앤 여왕의 총애의 대상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두 인물의 팽팽한 신경전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장면으로, 이후 전개될 세 인물의 관계 변화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며 극에 몰입감을 더한다.

2019년 가장 도발적인 화제작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절대 권력을 지닌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더 랍스터'로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킬링 디어'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석권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으로, 욕망 하녀 애비게일 힐 역의 엠마 스톤을 비롯해 올리비아 콜맨, 레이첼 와이즈가 각각 절대 권력을 가진 여왕 앤, 귀족 사라 제닝스 역으로 열연을 펼친다. '엑스맨' 시리즈의 니콜라스 홀트는 권력을 갈망하는 당 의원 로버트 할리로 등장한다.

제72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수상을 달성하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오늘(2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