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서울동부지검이 김은경 환경부 전 장관 취임(2017년 7월) 직후 만들어진 또다른 블랙리스트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지난 22일 알려지면서 '청와대 인사수석실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여러 건에 걸쳐 작성된 블랙리스트 문건들은 환경부가 청와대와 회의한 내용을 정리해 김은경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추가로 발견한 이번 문건은 산하기관 임원진 명단을 비롯해 정치성향과 비위 의혹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던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공개한 문건보다 더 구체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뿐만 아니다. 검찰은 환경부가 지난해 환경공단 이사장 선발 및 상임감사 공모과정에서 먼저 선발된 인사들을 모두 탈락시키고 재공모를 거쳐 대통령측 인사들을 임명한 부분에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청와대 결정이니 재공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환경부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정부 인사정책에 딱지를 갖다붙인 것, 블랙리스트라는 먹칠을 삼가달라"며 "인사수석실의 정상업무·적법한 감독권 행사이자 체크리스트"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의혹이 제기됐을 때 '문건의 존재' 자체를 전면 부인한 것과 달리 최근 말을 바꾸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은 지난해 8월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산하기관 임원진 인사권한에 대해 "사실 저에게 없다"고 진술했다.
이는 당시 환노위에서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이 환경부의 산하기관 임원진 사표 일괄수리에 대해 "청와대와 상의한 것인가, 장관의 판단인가"라고 묻자 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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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부·환경부·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당시 각 부처 장관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기관장 및 임원은 직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지 않는 한 임기를 보장하도록 되어있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청와대가 표적 감사를 통해 기존 임원을 찍어내린 후 공모 과정에서 특정인사를 뽑기 위해 다른 경쟁자들을 배제했다면, 공모절차 취지를 무력화하는 인사개입으로 읽힌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모두 이러한 혐의로 직권남용 유죄를 받았다.
문재인정부의 블랙리스트 의혹은 환경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해 이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과 김옥이 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무역보험공사·지역난방공사·에너지공단·광물자원공사 전 사장단 등 국가보훈처·법무부·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작성·실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남아있다.
일부 사건은 이미 검찰에 고발되어 있다. 환경부뿐 아니라 정부부처 곳곳에 블랙리스트 피해규모가 더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당초 피고발인 신분이었던 김 전 장관에 대해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청와대 개입 여부부터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