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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준경 미디어펜 논설위원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다 되었는데도 정국은 그 여진 속에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 국회는 세월호 참사가 남긴 과제인 한국사회의 적폐 일소를 위한 ‘김영란법’, 관피아 척결을 위한 ‘공직자윤리법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유병언과 같이 경영에 실패한 악덕기업주가 기업회생절차를 악용해 빚만 탕감 받고 경영권을 다시 회복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유병언 방지법안’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고 5, 6월 국회를 허송세월로 보냈다. 또한 여야 정치권은 현재 ‘세월호 특별법’을 타결 짓지 못한 가운데 그 내용을 가지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의 실질적 원인 대상자인 청해진 해운 선사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회장에 대한 수사가 두 달 가까이 되었고, 급기야 구속 만기일(7.22)이 다가왔는데도 주요단서 확보는커녕 이제는 추적의 실마리마저 끊겨 검거자체가 미궁으로 빠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에게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함께 스스로 달라지겠다는 다짐을 누차 했지만 그들은 중차대한 세월호 정국현안에 대해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는 무능과 태만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검찰 등 수사당국 역시 5억 원의 현상금과 경찰력을 총동원한 것도 모자라 군 병력까지 지원받았지만 검·경의 기본공조 수사까지 제대로 이루지 못한 체 변죽만 울리는 수사로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을 뿐이다. 국회와 검찰의 이와 같은 무능에 기초한 직무유기로 인해 지금 한국사회는 세월호 정국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소모적인 제 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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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의 실질적 사주인 유병언이 사체로 발견돼 세월호정국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박근혜대통령과 김무성새누리당대표, 김한길-안철수 새민련 공동대표는 표류중인 정국을 수습하기위해 민생과 경제회복에 올인해야 한다. /사진ytn캡쳐 |
정치권과 사민단체 등 한국사회는 그동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그 이전과 이후를 논하며 온갖 대책과 방안들을 제시했지만, 현재 그 모든 것은 실천이 결여된 말의 성찬(盛饌)으로 끝나는 모습이었다.
임시국회가 21일부터 다시 열린다고 한다. 국회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번 국회의 주요 의제는 ‘세월호 특별법’이다. 지금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 부여와 조사위원 구성방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유족들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유족들 참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는 ‘사법체제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대신 특별검사나 특임검사를 활용하자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조사위원 구성내용도 여야는 배제하고 대통령ㆍ국회의장ㆍ대법원장ㆍ유가족 추천으로 하자고 주장 한다. 새민련은 조사위 안에 특별사법경찰관을 두고 수사권을 부여하고 조사위 구성도 여야와 가족대책위가 각 5명씩 추천하자며 맞서고 있다.
지금 유족들과 여야 정치권 모두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유족들이 진상조사위 참여와 조사위 내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장하는 것은 근 100일 동안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에서 기인하겠지만, 유족들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에서 사법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형법체제 자체를 뒤흔드는 위헌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는 다수 전문가의 의견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사건 당사자에게 사법권이 부여되는 것은 유족들의 뜻과는 달리 오히려 객관성에 기초한 실체적 조사를 어렵게 만들 개연성이 다분하다. 유족들은 자신들의 실제적 의견이 반영되는 선에서 여야 정치권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이를 수용하는 대승적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과 새민련이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벌이는 기 싸움은 7.30 재보선이 겨냥된 정쟁으로 비칠 뿐이다. 새민련은 이 법안과 관련해 ‘대통령의 결단촉구와 국민적 저항’ 운운하며 7.30 재보선의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여야 모두 정쟁을 지양하고 이성과 합리적 관점 속에 ‘세월호 특별법’을 타협 속에 통과시켜야 한다. 또한 모두에서 언급한 세월호 이후 국가혁신을 담고 있는 ‘세월호 관련 법안’ 등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3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사고에 대한 선보상 후 구상권’ 행사를 위해서라도 유병언을 반드시 잡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수사당국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다섯 번째 대통령의 ‘유병언 검거촉구’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유병언 검거는 도피처에 대한 설만 무성했지 현재 검찰의 통신추적 가시권에서도 벗어나 수사의 난항은 계속되고 있다. 유의 검거는 진상규명과 관련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또한 누수 된 사회 및 법치정의 실현과 무너진 국가기강 확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검거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국회와 검찰이 심기일전(心機一轉)해 소기의 성과를 냄으로써 유족들과 국민들이 납득하고 이해 할 수 있는 선에서 ‘세월호 정국’을 마무리 짓고 이제는 ‘경제 및 민생정국’으로 넘어가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경제는 한동안 심장박동을 멈추었다. 이로 인해 국가경제는 동력을 상실해버렸고, 서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 여파는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민생의 고달픔은 여전하다.
대통령과 정부 및 여야 정치권은 세월호의 파고를 넘어서고 있는 지금부터라도 경제회복과 민생안정에 모든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역량을 보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부실한 감독과 구조의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을 해체할 정도의 조치까지 취했다. 그런데도 정치권 일부까지 정부가 제 책임을 희석하려고 유병언 수색을 너무 요란하게 벌인다고 비난한다. 드디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아예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유병언 수색 따위는 중지하고 물러나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말이다. 국민의 뜻을 결집한 선거의 결정을 이렇게 가벼이 여길 수 있는가? 결과적으로 이들이 유병언 잠적을 효과적으로 돕고 있다.
여야는 이제라도 말이 아닌 실천으로 적폐를 뿌리뽑고,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7·30 재보선은 10여일 남았다. 여야는 이런 구태를 보이면서 지지를 호소하는가. 국회가 밥값을 못하면 멍드는 사람은 국민이다. 여야는 민생 정치의 본령이 무엇인지 깊이 반성하고, 분발하기를 바란다. /성준경 미디어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