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여론 따라 한국당도 부추겨…중도층에게도 효과있을 것”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2주 차를 넘긴 자유한국당이 연일 여권을 겨냥한 공세를 휘몰아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정부·여당의 실정이나 패착을 좌파독재 프레임으로 덧씌우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이러한 모습이 여론을 따라가는 부분이라고 분석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외연 확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14일 한국당은 김태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특위는 분야별 좌파독재 양상을 모아 백서를 발간하고, 권역별 대규모 규탄대회도 열 계획이다. 당 차원을 넘어 뜻을 같이하는 시민·보수단체와의 연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이날 특위 첫 회의에서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1년 10개월 동안 언론‧사법부 장악, 나아가 군소 야당과의 야합을 통해 선거법 개정으로 국회 장악까지 시도하고 있다”며 “이대로 두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무너지고, 사회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좌파독재 정부가 출범한 후 국정과제 제1호로 적폐청산을 외치며 정치보복을 자행하더니 본인들은 과거 정부보다 더한 적폐를 저지르고 있다”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더불어민주당 법관 탄핵 추진’ ‘손혜원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좌파독재 정부로부터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역사적 소명이자 책무라고 생각한다. (특위) 위원 각자는 특위 위원장이자 전사”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도 “정권의 좌파독재적 만행들을 하나하나 파헤쳐 막아내는 게 (특위에) 주어진 사명”이라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고, 국민의 자유가 침해받지 않도록 지켜드리는 일이기도 하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꼭 투쟁하고, 결과를 내 달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한국당이 좌파독재라는 용어를 쓰며 대여 공세를 벌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날에도 ‘민생파탄 좌파독재’ 규탄대회를 열어 문재인 정권을 향한 성토를 쏟아냈고, 지난 12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문에는 좌파가 11번, 독재가 7번 언급됐다.

당장 이날만 해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날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 지표가 악화한 것을 들어 “‘시장은 불공정하고 정부는 공정하다’는 좌파적 믿음”이라는 지적이,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추진과 관련해서는 “좌파정권의 장기집권 공고화 플랜”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행태가 결국 여론과 맥이 닿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즉, 정부·여당이 여론과 괴리되는 상황에서 좌파독재 프레임이 먹힐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는 누군가를 계몽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생각을 쫓는 것”이라고 전제하며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북한 카퍼레이드가 유엔 보고서에 오른 것 같은 국제사회의 인식이나, (일반인들의) 여론이 있으니 한국당도 부추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대북정책에 있어 좌파적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큰 정부를 지향하고, 국민 세금으로 모든 것을 하려고 하는 게 결과적으로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를 만들려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황 평론가는 이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흐트러진 우파에게 분명한 자기 노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치에 무관심한 중도층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김태흠 위원장 등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