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 과세, 노동개혁외면, 남유럽 전철밟나

   
▲ 이동응 경총 전무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와 투자, 내수 부진으로 경기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고, 원화 강세로 수출환경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사회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리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내유보금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기 때문에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아니라, 주요자산의 장부상 숫자다. 대부분이 공장, 토지, 영업권과 같이 이미 투자된 유무형의 비현금성 자산이다. 그러니까 사내유보금을 줄이라는 것은 기업이 이미 투자한 공장과 기계를 처분하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확대를 위해서는 이런 비판보다는 기업 스스로 투자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금의 사회분위기는 과연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분위기인지 모르겠다. 경제적 불확실성을 제외하고도, 역동적인 기업가 정신을 제약하는 입법이나 사회 분위기는 투자확대를 저해하고 있다. 특히 투자 실패를 기업가의 배임으로 처벌하는 최근의 사회분위기는 투자 확대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는 결국 정책이나 경제적 여건 등에 따른 내생변수다. 우호적 투자 환경이 조성되면 투자는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 박근혜대통령은 국정지표로 고용률 70%를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사내유보금 과세로 기업으로 하여금 공장과 설비를 팔라는듯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노동개혁도 미흡하다. 이런 악조건에서 고용률 70% 달성은 불가능하다.

      사내유보금의 의미와 현황
    <사내유보금을 설비투자에 활용한 기업의 대차대조표(예시)>
 

   
 

 자료: 국회 기획재정위 법안 검토보고 자료(2013.12)
① 일반적으로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묶어 사내유보금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사내유보금이 현금형태로만 보유되는 것은 아니며, 부동산, 기계장치 등 유무형의 모든 자산형태로 존재
② 사내유보금 규모는 투자와 관련이 없음. 즉, 상기 그림에서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설비투자에 활용해도 자산계정만 현금자산에서 유형자산으로 변화가 있을 뿐, 사내유보금은 300억원으로 투자전과 동일
③ 대기업의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크지 않으며, 오히려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 비율은 감소하고 있음. 이는 사내유보금의 상당부분이 실물자산 투자에 투입되고 있음을 의미함. 

   
 

또 일각에서는 임금을 올려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고, 이를 통해 소비를 진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 경제에 대한 정확한 상황인식이 부족한 이론적 접근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먼저 임금을 올려 일부분이라도 소비 진작의 효과를 보기위해서는 지금도 과도하게 높은 고임금근로자 임금이 아닌 저임금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저임금근로자 대부분이 중소·영세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열악한 중소·영세기업이 임금인상의 부담을 감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82%로 일본의 2.6배, 미국의 3.6배에 달할 정도로 무역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우리 경제의 특성상, 임금인상은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강세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어 경제가 다시 침체기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임금인상보다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고용을 증대시켜야 한다. 현재 우리는 경제적 어려움 외에도 높은 고용경직성과 고용규제로 인해 체감청년실업률이 22%를 넘고 일자리의 절대적 숫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고용률 70% 달성이란 말이 요즘 들어서는 거의 듣기 힘들다. 벌써 정책 목표에서 사라진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일자리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정규직 보호 중심의 고용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제고하여야 한다.

고용률 70%를 달성한 선례가 있는 독일, 네덜란드, 영국, 미국의 경우를 보면 정부가 강력하게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경제 활성화를 꾀하였다. 반면 스페인, 이탈리아처럼 고용률이 낮은 남유럽 국가들은 정규직 근로자의 반대로 인해 노동시장 개혁에 실패했고, 결국은 경제회복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함께 고용과 투자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규제적 수단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인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정부가 보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과감한 노동규제 혁파를 통해 고용률 70%시대를 열 수 있기를 바란다. 일자리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