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화 비핵화 협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아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도 깰 수 있다고 말해 초강경수를 뒀다.
지난달 28일 북미 간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후 공식 반응을 자제해왔던 북한이 2주만에 미국에 대한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최선희 부상은 이날 평양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미국의 일괄타결 식 비핵화 빅딜 요구에 타협할 의사가 없고,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여부를 다시 결정할 것이며, 이런 결정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공식성명을 통해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바꿀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현재 북미 간 유일하게 지켜지고 있는 약속을 깨는 것이어서 미국의 ‘임계점’을 건드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들고 나온 것으로 미국에 공을 넘기면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싸움을 본격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처음부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 최선희 부상을 등장시켜 일단 미국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특히 최선희 부상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으며, 오히려 “두 최고 지도자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말해온 것에 대해 호응하면서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대북제재 지속”에 대해서는 ‘핵‧미사일 실험 재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미국은 최 부상의 인터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곤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NSC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약속했고,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는 동향을 보였던 북한이 인공위성 개발을 핑계로 다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경우 북미는 다시 강대 강으로 대치할 수밖에 없고,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또는 촉진 역할도 더 이상 설 곳이 없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 한미워킹그룹회의를 통해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위한 대북제재 면제를 결정했으며, 유엔 안보리도 국경없는 의사회 등 5개 단체의 대북제재 면제 신청을 최근 승인하면서 대북제재 문제를 ‘경제’가 아니라 ‘인권’에 초점을 두고 북한에 메시지를 발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성명 발표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북한의 초강수는 미국의 협상 기준을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서 낮춰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노이회담에서 자신들이 밝혔던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대화의 판을 깨지는 않으면서도 당분간 미국의 빅딜 협상론을 무산시킬 여론전을 주도해나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에 실패했으므로 스몰딜을 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보도한 사실도 있다.
하지만 북미대화가 이른 시일 내 재개되기 힘들 경우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재개하면서 배후를 강화하거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제3의 길'을 실행에 옮길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은 아직 실체가 공개되지 않은 신형 ICBM인 ‘화성-13형’을 발사하면서 충격 요법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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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북한 평양에서 최선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이 외신 기자, 외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회견을 하고 있다. 그의 왼쪽에 외무성 직원이 서 있고 오른쪽은 통역. 최 부상은 이날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