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감소로 노조 파업 통한 사측 압박 효과 사라져
파업에 따른 로그 계약물량 축소 '자충수'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노조의 장기간 부분파업에 맞서 '비가동 휴일'카드를 꺼내들었다. 

노동조합이 임금인상 압박용으로 파업을 장기화 하자 사측이 맞불작전에 들어간 것. 이에 현재 노조가 궁지에 몰렸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 4일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노조에 "물량 감소로 '비가동 휴일'을 활용해 공장을 멈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단체협약에 명시된 '프리미엄 휴가' 제도를 일괄적으로 활용해 일정기간 공장을 멈추겠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휴가' 제도는 직원별로 연간 7일에서 최대 10일까지 사용이 가능한 일종의 '사내 복지'로, 평상시는 명절 연휴 등에 붙여 사용한다. 하지만 생산물량이 감소할 경우 사측은 이 중 6일을 일괄적으로 사용해 가동을 멈출 수 있도록 제도상에 보장돼 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은 생산물량이 충분해 비가동 휴일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지만 이달부터 일감이 20%가량 감소해 사용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 됐다"면서 "하지만 최대 6일 중 며칠을 사용할지, 언제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최근 닛산 로그 수탁생산물량 감소와 내수 부진 등으로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닛산은 지난달 르노삼성에 노사 갈등에 따른 공급차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올해 위탁 물량을 10만대에서 6만대로 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로그 물량이 40% 감소하면 르노삼성 전체 생산수요도 20% 감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장을 100% 가동했다가는 재고만 쌓이기 때문에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사측에서 가동중단 카드를 던지면서 노조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파업을 벌이는 것은 생산 차질을 초래해 사측을 압박하기 위함인데, 물량이 없어 '유급 가동중단'까지 진행하는 상황에서 파업을 벌여봐야 아무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노조 측에서 사측에 '비가동 휴일' 시점을 확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시기를 고려해 파업 일정을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조는 그동안의 장기 파업으로 이미 사측에 로그 수탁물량 축소라는 타격을 입혔을 뿐 아니라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자충수를 뒀다"면서 "조속히 임단협 협상을 타결하고 로그 생산계약이 종료되는 9월 이후 후속물량을 유치하는 데 힘을 보태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4일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중단했으며, 사측이 오는 9일 교섭을 요청했으나 이날까지 노조측의 답변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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