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이 ‘보수통합’이라는 명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504표 차로 아깝게 패배한 창원성산 4·3 보궐선거 결과가 뼈아프게 다가와서다. 하지만 통합의 대상이 되는 바른미래당과 대한애국당을 모두 포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은 난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당 지도부는 연이어 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유튜브 방송에서 “창원성산 선거에서 대한애국당이 얻은 표가 저희에게 왔으면 이길 수 있었다”며 “통합해야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고, 지난 4일 황교안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헌법 가치를 같이하는 모든 정치 세력과의 통합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계는 부정적인 보수통합
바른미래당은 이날 ‘반쪽’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최고위를 구성하는 당 지도부 가운데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를 제외한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며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손 대표는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저놈 바꿔라’ 하는 것은 어림 없는 소리”라며 당 대표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손 대표는 또 “당세를 모아 한국당과 다시 통합한다는 말이 있는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통합론이 부상하면서 ‘줄 탈당설’까지 나도는 어수선해진 당 분위기를 다잡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에게서는 손 대표의 의중과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언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에서 바른미래당으로 내년에 출마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나”라며 “무소속으로 시민단체 활동에 전념할지, 제1야당(한국당)과 함께할지 선택지가 있는데 당장 결정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탈당 시기만 정해지면 언제든지 탈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계 의원들은 한국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이다. 되레 이들은 제3당 설립을 도모하는 민주평화당 일각의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야권 관계자는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내 일부만 흡수한 식으로 통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고 했다.
◇애국당 “‘탄핵 5적’ 정리하면 통합”
대한애국당은 통합에 있어 선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이른바 ‘탄핵 5적’만 정리하면 통합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애국당은 한국당과의 당대 당 통합을 원하고 있다.
조원진 대표는 지난달 한 언론인터뷰에서 “한국당이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와 권성동·김성태 의원 4명을 당에서 내보내고,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를 입당시키지 않으면 보수 대통합이 되고 내년 총선에서 압승한다”고 피력했다. 애국당 측은 “문재인 정권을 끌어내리려면 분명하게 탄핵을 주동했던 정치인들이 정계를 떠나야 한다”며 “배신자들과는 같이 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애국당이 조건으로 제시한 사항은 실질적으로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애국당의 조건을 수용할 경우 바른미래당 일부와의 통합에 제약이 생긴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애국당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하는 데 한계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