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유엔 대북제재 유지’는 재확인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대북제재 해제와 관련해 ‘약간의 여지’(a little space)를 둘 수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10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의 비핵화 전까지 대북제재 유지’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실질적인 진전’이라는 조건을 달아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까지 어떠한 제재도 해제돼서는 안된다는 데 동의하는가’라는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의원의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 약간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다”며 “때로 우리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다면 그것이 (목표) 달성에 올바른 일이 된다고 여겨지는 특수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그 예로 “때로는 비자들(visas)이다”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추가 설명은 하지 않았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방북허가 관련 조항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검증이 끝날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행정부의 향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제재 문제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연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 메시지가 나오기 직전인 만큼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는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협의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아동과 어머니, 재해 피해지역의 주민들을 상대로 한 대북 영양지원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북한, 베네수엘라 문제, 그리고 세상의 모든 문제를 처리할 것이다”고 말해 북핵 문제 처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언론들은 폼페이오 발언에 주목하며 트럼프행정부의 대북 접근이 유연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청문회 발언을 보도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제재완화에 재량권(wiggle room)을 행사할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CBS방송은 “방미 중 일부 남북경제협력에 대해 용인해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외교적 바늘에 실을 꿰려고 노력할 것 같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떤 여지(opening)도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DC에 도착해 1박3일간의 방미 일정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미 영빈관(블레어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11일 오전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난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따로 접견한다. 이어 한미 정상 내외가 참석하는 단독회담, 핵심 참모들이 배석하는 소규모회담,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 순으로 한미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양측의 부인들이 함께하는 단독회담과 관련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함께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 초대됐지만 부인들은 사진촬영 이후 빠진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인들은 방명록에 서명한 뒤 사진촬영하고 빠져서 곧바로 별도의 오찬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단독회담은 두 정상만으로 이뤄진다”며 “오벌오피스에서 정상 부부가 만나는 것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가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북미고위급회담을 갖기 위해 2019년 1월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