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실무회담 거쳐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과 미국이 모두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열 용의가 있다고 밝힌 가운데 차기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요구할 협상안이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이 지난 하노이회담 결렬 이유로 꼽히는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대신 군사 분야의 상응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볼 때 미국을 향해 협상안 조정 가능성 및 실무회담의 중요성을 시사했다”며 “제재 해제 중심의 상응조치 요구로부터 탈피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시정연설에서 “조미(북미) 사이에 뿌리깊은 적대감이 존재하고 있는 조건에서 6.12북미공동성명을 이행해나가면서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신보는 14일 “조선이 제재해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다른 행동조치로 저들의 적대시정책 철회 의지와 관계개선 의지, 비핵화 의지를 증명해보이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하노이회담 때 제재 해제와 관련해 조급한 모습을 보였고, 이 모습을 본 미국은 대북제재가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하게 만든 것 같다”면서 “이번에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제재 따위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표현했다. 제재 이외의 다른 상응조치를 협상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기동 부원장은 “북한으로서도 올해 말까지는 미국이 제재완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고, 협상 모멘텀을 살려나가려면 새로운 상응조치를 내세워야 한다”며 “종전선언이나 군사적 위협 해소, 체제안전보장과 관련한 상응조치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원장은 “지난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긴급하게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리 외무상은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의 난처한 입장을 고려해 군사 부문에 대해 상응조치를 제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이 이야기는 이제 군사 부문에 대해 제의할 수도 있다는 함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런 측면에서 상응조치에 대한 전략적인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전략연구원은 차기 3차 북미정상회담은 2차 때와 달리 사전에 충분한 실무협상을 거친 다음에 개최될 것으로 전망했다.
 
역시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한 분석으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갖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한 대목에 대한 해석이다.

이기동 부원장은 “하노이회담 결렬 원인을 찾아볼 때 김정은 위원장도 실무협상 부진을 꼽을  것 같다”면서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톱다운 협상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실무협상을 늘리겠다는 취지가 담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최용환 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정치적 계산법을 버려라’고 한 것은 미국이 주장하는 일괄타결 방식과 북한이 먼저 움직이라고 종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노이회담 때 미국의 요구가 핵무기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 전체로 확산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북한이 앞으로 행동 대 행동이라는 방법론을 찾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략연구원은 김정은의 시정연설에 대해 국무위원장으로서 재취임하면서 취임선서와 같은 형식을 띠고 있으며, 동시에 최선희 부상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중대발표의 취지도 갖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대미협상의 마지노선을 올 연말로 정한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따라서 전략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혔던 ‘새로운 길’에 대한 입장 발표는 내년 신년사로 연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이 연말까지 협상 시한을 정한 것은 미국의 차기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한 것으로 김 위원장은 만약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내년 신년사를 통해 미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의 ‘새로운 길’을 천명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 김정은 위원장이 12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 선출된 상임위원회 위원들과 기념촬영했다./조선중앙통신